서울시 금천구청이 올해 10월 새 청사로 이전했다. ⓒ박종태

서울시 금천구청이 올해 10월 새 청사로 이전했다. 연면적 3만 9435.47㎡(대지 1만7200㎡)에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이며, 청사와 함께 금천구의회, 보건소, 구민회관이 들어서 4대 복합행정타운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금천구청의 건립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공사담당 건설업체인 SK건설의 관계자를 만나 설계도면을 통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거했던 바 있다. 당시 설계도면 상 금천구청 신청사의 장애인 편의시설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일단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돼지 않는 층이 있다는 것. 지상 12층 건물에 남·녀 구분된 장애인화장실은 지하1층, 1층, 2층, 7층, 12층 등 총 5곳에, 남·녀공용 장애인화장실은 지하2층, 3층, 4층, 5층 등 4곳에 설치토록 설계돼 있었다. 나머지 6층, 8층, 9층, 10층, 11층 등 5개 층에는 장애인화장실 설치계획이 아예 없었다.

다음으로는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럭을 설치할 계획이었던 점도 문제였다.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은 빛에 반사가 되기 때문에 저시력장애인의 보행에 혼란을 주고, 물기가 있으면 미끄럽기 때문에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이 넘어지기 쉽다. 마지막으로 구민회관 공연장에 장애인좌석을 맨 뒤에 배정할 계획이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달 초 다시 금천구청을 찾아 장애인 편의시설의 실태를 재점검해봤다. 개선된 점도 있었고,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단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럭은 설치되지 않았으며, 당초 설치계획이 없던 6층, 8층, 9층, 10층, 11층에도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됐다.

하지만 해당(6·8·9·10·11층)층의 장애인 화장실들은 별도로 설치된 것이 아니라 일반 화장실 한편에 설치돼 있어 공간이 매우 좁아,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불편했다. 특히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접근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금천구청의 청사 안내도. 구청, 구청회, 보건소 건물이 연결돼 있다. ⓒ금천구청 홈페이지

화장실 내부 구조도 엉망이었다. 잠금장치는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사용하기 어렵게 설계돼 있었고, 비상시를 대비한 도우미벨도 없었다. 또한 좁은 화장실 내부에 걸레 세척통이 놓여있어 더더욱 좁게 느껴졌으며, 장애인화장실 내부에는 세면대가 없어 비장애인 화장실 세면대를 사용해야 하지만 손잡이도 없어 크러치 사용 장애인들은 사용이 어려웠다.

화장실 출입문에는 ‘화장실 공간이 좁으니 휠체어장애인들은 1층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세요’라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었다. 결국 이름만 장애인화장실이지 본래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별도로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의 편의시설도 칭찬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식당이 위치한 12층과 사회복지과 장애인계가 있는 7층의 장애인화장실 역시 통로가 좁고 화장실 내부공간도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구의회 건물인 3, 4층에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도 남녀공용으로 설치돼 있고, 세면대에 손잡이도 없는 등 미흡한 점이 많다. 결국 제대로 된 장애인화장실은 민원실은 위치한 1층의 장애인화장실뿐이다.

또한 장애인들의 출입이 잦은 사회복지과의 출입문은 여닫이로 설치돼 있어, 크러치장애인이나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장애인들을 위해 터치식 자동문이나 미닫이문으로 설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건소는 구청의 2~5층 높이에 별도로 위치해 있는데, 경사로를 통해 출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천 시 휠체어장애인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화장실도 남녀공용으로 설치돼 장애인이용자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구민회관(금나래아트홀)의 경우에는 결국 장애인 좌석은 맨 뒤에 만들어져 있으며, 무대도 경사로가 아닌 계단으로 만들어져 휠체어장애인들은 무대로 접근하기 어렵다. 또한 출연자 대기실로 통하는 길에도 계단이 있다. 장애인들은 전혀 배려하지 못한 구조다.

금천구청사는 1,170여억이 투여된 최신식 건물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주는 완벽하지 못한 건물이 되고 말았다. 모범을 보여야 하는 공공시설인 만큼 장애인들에 대해 조금만 더 배려를 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청내에 설치된 장애인화장실. 공간이 넓지 않아 전동휠체어장애인들은 사용이 쉽지 않다. ⓒ박종태

구의회 장애인 화장실. 남녀공용으로 설치돼 있고, 세면대에 손잡이도 없는 등 미흡한 점이 많다.ⓒ박종태

구민회관 내 강당에 설치된 무대. 계단으로 설치돼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은 접근이 어렵다. ⓒ박종태

구민회관 내 강당. 장애인은 좌석 맨뒤에서 관람을 해야 한다. ⓒ박종태

구청건물에서 보건소로 가는 길. 장애인들은 경사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바람막이가 없어 눈과 비가 올때는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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