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장애인지원센타 입구 횡단보도에도 턱 낮추기가 안 되어 있다. ⓒ박종태

지난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 평가'에서 시설 및 설비분야(대규모대학 부분)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국립 서울대학교. 최근 찾아가본 서울대는 장애학생을 위한 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학습권 보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서울대학교 구내에 횡단보도가 28곳이나 있으나 턱을 낮춘 곳은 9곳 뿐이라는 점이었다. 서울대 정문에서 본관 옆에 위치한 장애인지원센터에 이르는 도로에는 시내버스와 학교 셔틀버스, 택시 등이 다니고 있어 매우 복잡하고 위험하지만 횡단보도에 턱이 있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학생들은 인도가 아닌 도로로 다녀야하는 실정이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은 30명이며, 이중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10명이다. 이들이 건널 수 없는 횡단보도가 무려 19곳이나 되는 것이다. 서울대학 기술과 건축 토목팀 담당자는 "강의실의 장애인 편의시설 공사를 우선으로 하다보니 학교 횡단보도 턱낮추기를 못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시인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년마다 실시하는 대학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 평가시설 및 설비분야 평가 항목에는 '보행안전 통로는 확보되어 있으며 연속성이 있는가'라는 평가 항목이 있고, '보도와 차도의 경계구간은 높이 차이가 3cm 이하가 되도록 설치해야한다'는 기준이 분명히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 서울대가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 평가에서 시설 및 설비분야(대규모대학 부분)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것을 보면 다른 대학의 수준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횡단보도에 턱 낮추기가 안돼 휠체어 장애인들이 인도가 아닌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박탈하는 것. 장애인들이 차도로 다니게 되면 사고의 위험성이 굉장히 높아진다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 처리에 있어도 차도로 다녔기 때문에 자기 책임이 높아지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벌이나 보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장애인을 차도로 내모는 것은 비장애인과 분리를 유도하는 것으로 결국 장애인의 사회생활에서 인간다운 관계를 방해하고 동등한 사람으로서의 관계를 부정하는 것이 되고 만다.

서울대 장애학생들은 "서울대가 어떻게 교육부 평가에서 시설 및 설비분야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이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며 "하루 빨리 횡단보도 경계석 턱 낮추기를 해서 장애학생들의 안전한 보행권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 본관앞 벤치가 있는 공간에도 턱 낮추기가 안 되어 있다. ⓒ박종태

서울대 문화관 규장각 입구 횡단보도에도 턱 낮추기가 안 되어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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