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의 기숙사는 언덕에 있어 눈이나 비가 오면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가 오르내르기 어렵다. 또한 돌계단에는 손잡이가 없어 위험하다. ⓒ박종태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서 10년 전 건립한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충북 청원군 현도면 소재)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한 ‘대학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 평가’에서 시설 및 설비분야(소규모대학부분) 최우수 대학으로 2004년과 2006년 두 번에 걸쳐 선정됐다.

하지만 얼마 전 이 대학에 재학 중인 한 장애학생은 본지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교내 장애인 시설과 장애학생 학습을 위한 제반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현실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에이블뉴스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특수교육지원과 담당자를 만나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이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돼 경유에 대해 물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학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 평가는 400여개 대학을 심사위원 전원이 직접 평가할 수 없어, ‘교육복지지원실태조사 및 평가편람’을 해당대학으로 보내 해당 항목 시설에 대한 자체 채점을 실시토록 하고, 각 대학에서 제출한 채점지를 바탕으로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내린다.

이 관계자는 “해당 학교 시설에 문제가 있으면, 그 대학에서 거짓으로 채점한 것”이라며 “올해 평가는 좀 더 철저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측에서 보내온 채점지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으나, 3년 전 자료라 찾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후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의 실제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서울DPI 관계자와 함께 대학을 직접 찾아가, 이 문제를 제기했던 중증장애인 재학생과 함께 학교시설을 둘러봤다. 일단 강의실, 구내식당들은 이용하기 편하도록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곧 곳곳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디지털도서관 건물에 영어수업 및 컴퓨터 관련 수업을 하는 공간인 ‘멀티미디어실’이 신설됐지만, 휠체어장애인 학생을 위한 편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학습권을 침해할 소지가 컸다. 처음에는 휠체어용 책상도 마련돼 있지 않아 휠체어장애인 학생들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얼마 전 책상이 마련됐지만 컴퓨터가 없어 아직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도서관 건물의 화장실은 남·여 공용으로 화장실 내부가 좁고, 세면대는 손잡이가 걸려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다. 이에 손잡이를 철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편의증진법 규정에 맞춰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철거할 수 없다고 했다.

강의동, 구내매점, 구내식당 건물에 설치된 장애인화장실은 문제가 더 심각했다. 화장실 출입문은 여닫이문으로 손으로 돌려서 열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출입할 수가 있다. 장애인화장실문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세정장치, 자동센서, 비상도우미벨, 사용중 알림판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세면대에는 손잡이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한마디로 휠체어 장애인들은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였다.

교내 편의시설도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학교 계단 어느 곳에도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경사로 입구에는 점자유도블럭을 설치하여 휠체어장애인들이 경사로를 이용하는데 커다란 불편을 초래하고 있었다. 또한 돌계단에는 손잡이가 없어 위험하다.

더욱이 교내에는 차량의 이동이 많아 휠체어가 다니기 매우 불편하고 위험해 보였으며, 기숙사와 강의동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 비나 눈이 오면 휠체어장애인이나 목발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점검을 마친 후 교학처장과 담당 수녀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측은 “근로학생도우미를 통하여 장애학생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졸업생 중 휠체어를 탄 학생은 학교 시설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했다. 앞으로 문제가 되는 시설은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문제를 제기했던 장애학생은 “지나친 요구가 아닌 학습권과 편의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므로 학교 측에서 하루속히 시설을 보완해 달라”고 촉구했다.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의 멀티미디어실. 휠체어 학생들이 책상을 마련해줄것을 요청하여 휠체어용 책상이 마련됐지만 컴퓨터가 없어 이용할 수가 없다. ⓒ박종태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내의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 화장실 센서세정장치,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 않고, 세면대도 사용도 어렵다. 또한 여닫이출입문은 휠체어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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