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와 한국자립생활네트워크 최용기 회장이 공동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가던 도중 기자들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에이블뉴스>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첫날 이모저모

"차별철폐! 전쟁반대!"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은 26일 서울 혜화동로터리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장애인차별철폐운동에 돌입했다. 이날은 반전의 열기를 반영하듯 장애인 차별철폐와 함께 전쟁반대를 외치는 장애인들의 구호소리가 컸다. 청와대행 버스타기 행사에서 경찰과 약간의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10가지 장애인차별철폐 공동요구안이 청와대에 전달됐다. 또한 장애운동가들은 추모제 등 최옥란 열사의 1주기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관련기사]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선포

장애인차별철폐 공동요구안 청와대 전달

장애인차별철폐 공동요구안이 우여곡절 끝에 청와대로 전달됐다. 이날 오후 서울 혜화동로터리에서 출발한 장애인들은 한국일보사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내렸으나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전경들에 의해 금새 둘러 쌓이고 말았다.

장애인들은 "공동요구안을 단지 전달하러 갈 뿐인데 막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지만 경찰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하지 않았다. 장시간 대치 끝에 경찰의 호위아래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와 한국자립생활네트워크 최용기 회장이 대표로 공동요구안을 들고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들은 청와대 면회실에서 공동요구안을 청와대측 한 인사에게 전달했으며 이 인사는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4월 20일 전까지 해주기로 약속했다. 이날 전달된 공동요구안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연금법 제정, 장애인이동보장법률 제정 등 총 10가지 장애인현안 문제가 담겨있다.

차별철폐! 전쟁반대! 파병반대!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첫날인 26일 반전을 외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높았다.<에이블뉴스>
"장애인의 분노로 야만의 현실에 고합니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합니다.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은 어떠한 도덕적 명분도 없는 전쟁이며 더러운 탐욕을 위해 무고한 장애인, 여성, 어린이에 대한 살인행위에 불과합니다. 또한 한국정부의 전쟁지원을 위한 어떠한 파병도 반대합니다."

반전의 열기는 장애인계에서도 불고 있다. 장애인차별철폐투쟁 첫날인 26일 장애인들은 장애인차별철폐와 함께 전쟁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 '민중생명 앗아가는 전쟁반대! 파병반대!' '이라크 민중 다죽이는 전쟁반대!' 등 구호가 적힌 피켓들과 'NO WAR'가 적힌 풍선들이 다수 선보였다. 날이 어둑해질 즈음에는 '반전'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촛불이 등장하기도 했다.

연대 발언을 하는 모든 인사들마다 전쟁반대의 발언을 잊지 않았으며 최옥란 열사 추모제가 끝난 이후 장애인들은 고스란히 전쟁반대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최옥란 열사추모사업회(준) 류의선 조직국장은 "열사를 추모하고, 전쟁을 반대하여 장애인차별철폐를 이뤄내자"라는 구호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옥란 열사 1주기…뜨거운 추모 물결

▲최옥란 열사가 생전에 받았던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수급액 26만원 불태워지고 있다.(사진 위)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는 이승연씨(사진 좌측)와 열사와 가까웠던 한국여성장인연합 김미송 인권위원.<에이블뉴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매우 수요일 12시에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진행하는 정기집회가 최옥란 열사의 1주기를 기리는 집회로 열렸다.

이날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박사는 "허울만 좋은 생산적 복지는 또 한명의 장애인 열사를 낳을 수 있다"며 "정부는 허구적인 정책이 아닌 장애인의 진정한 권리를 인정해주고 장애인 스스로가 그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중복지연대 류의선 사무국장은 "인간다운 권리를 위한 투쟁은 열사의 뜻을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며 "수많은 빈곤계층은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할 수 밖에 없다"고 정부의 복지정책을 비판했다.

추모사업회는 이날 집회를 통해 장애와 여성, 가난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현실성 없는 수급권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온몸으로 투쟁했던 최옥란 열사의 삶을 알리고, 열사의 죽음이 단지 개인이 아닌 모든 장애민중의 현실임을 강조했다.

또한 추모사업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현실화'를 주장하며 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을 비판했다. 이날 추모사업회는 최옥란 열사를 기리며 열사가 생전에 지급받았던 생계급여 26만원을 불태우는 행사를 끝으로 정기집회를 마쳤다.

[관련기사]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준) 김태현 사무국장 인터뷰

한편 오후 5시경 교보문고 앞에서 진행된 추모제 및 한풀이에서는 최옥란 열사를 기리는 추모의 물결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최옥란 열사의 뒤를 이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이승연(지체장애1급)씨는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추모시를 낭독했으며 열사와 가까웠던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김미송 인권위원은 열사와의 추억을 전해주기도 했다. 장례식마저 제대로 치르지 못한 열사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한풀이 굿도 진행됐다.

아름다운 여인
- 최옥란 열사의 명복을 빌며

누이야! 눈물이 나더라

추운 겨울 명동성당에서 텐트농성을 하는 널 보니

최저생계비 위헌 헌법소원장 제출하는 널 보니

약값도 안돼는 한달 생계비 반납하는 널 보니

눈물이 흐르더라, 마구 눈물이 흐르더라

누이야, 착한 누이야!

생산적 복지라는 미명을 쓴

허울좋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잘못 놓여진 징검다리 바로잡다가

결국은 네 몸으로 징검다리 되어버린

가슴 따뜻했던 우리들의 누이야

아들 보고싶어서 학교 앞을 서성이던

어쩔 수 없이 한 평범한 어미일 뿐인 너에게

세상은 왜 그리도 잔인하게 굴었는지

너는 삐뚤삐뚤 걸었지만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길을 걸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게 하는 이 세상에

네가 내딛은 발걸음은 정말 컸다.

누이야, 이승에서 너는 네 몫을 다했으니

이제 그곳에서는 편히 쉬거라

남아있는 몫은 우리들이 하마

너처럼 삐뚤삐뚤 걷는 이 우리들이

너의 길을 이어 갈 것이다.

삐뚤삐뚤 걸어서 아름다운 그 길을

그 어려운 길을

갈 것이다. 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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