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고 외치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에이블뉴스

제29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장애인 차별 철폐를 외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봄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주최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장애인 차별 철폐와 정부의 장애인 정책을 비판했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어제 이명박이 홀트요양원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는데 황당했다”는 말로 이날 투쟁결의대회 여는 발언을 시작했다.

"서울시가 28개 장애인시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의 장애인이 지원이 있으면 나가 살겠다고 했고 50%가 지원 없이도 당장 나가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장애인 부모의 90%는 자녀를 시설에 두길 원한다. 우리는 이런 모순된 사회에 살고 있다. 장애인을 이런 시설에 가둬놓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악어의 눈물이다. 우리는 바로 이 야만적인 사회를 바꾸기 위해 투쟁하러 여기 모였다."

공공운수연맹 김동성 수석부위원장은 “이 사회는 자본가와 노동자를 차별하는 사회이다. 그 중에서도 장애인은 차별에 차별을 거듭해 받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차별을 키우고 만드는 자본가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한 후, “이 나라 4,500만 모든 민중들이 예비 장애인”이라며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역설했다.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투쟁을 외치는 노동가수 박준씨. ⓒ에이블뉴스

유의선 용산참사 빈민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장애인이 시설에 나가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주거공간인데 정부는 최소한의 주거권마저 빼앗고 있다. 건설자본만을 위하고 몇 명의 시민이 죽어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4월 현재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용산범대위의 투쟁이고, 두번째는 장애인의 날을 맞은장애인들의 거센 투쟁이고, 세번째는 오는 5월 1일로 1주년을 맞는 촛불세력이다. 세 곳이 모두 연대해 투쟁한다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지역의 주민들, 노동자들, 철거민들과 연대해야 한다.”

박김영희 진보신당 부대표는 “이 사회가 알아서 장애인의 권리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여기 계신 분들의 가열찬 투쟁과 연대가 있었기에 알려져 온 것이다. 지금도 9대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해 천막치고 농성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우리에겐 아직도 투쟁해야 할 것들이 많다.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은 투쟁의 날”이라며 굳은 투쟁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용산참사는 이명박정부가 효율성, 생산성의 논리로 사회를 바라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장애인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이 얼마나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지, 얼마나 기만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지 알리지 않으면 우리 모두 경제논리에 휩쓸려 가고 말 것”이라며 장애인 당사자가 투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나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와 박성희 충남장애인부모회 회장이 함께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라나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와 박성희 충남장애인부모회 회장은 대회 마지막 순서로 함께 결의문을 낭독하며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장애민중의 삶은 더욱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장애인의 생존권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9대 요구안을 위해 길거리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25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는 최소한의 답변조차 내놓고 있지 않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이 사회와 정부가 답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장애민중의 투쟁으로 그 답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우리의 투쟁은 오늘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장애민중이 사람답게, 사람처럼,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새 세상을 우리의 투쟁으로 건설해 나가자”고 의지를 굳게 다졌다.

이 날 대회에서는 각 단체 대표들의 발언 외에도 노동가수 지민준, 박준의 공연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율동패 '바람'의 탈시설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보건복지가족부 청사 앞으로 다같이 이동해 오후 6시부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문화제를 개최하려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시간을 지체하다 결국 뿔뿔이 흩어져 이동해 예정보다 1시간 늦게 문화제를 시작했다.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한 목소리로 장애인 차별 철폐를 외치고 있다. ⓒ에이블뉴스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한 목소리로 장애인 차별 철폐를 외치고 있다.ⓒ에이블뉴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함께 보건복지가족부로 행진하려다 경찰이 길을 막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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