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재단 공대위 관계자들이 28일 도봉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에게 인권이 보장된 정당한 재판과 엄중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시민단체가 인강원 사건 재판부에게 피해 장애인 권리 보장과 함께 장애인 인권유린, 보조금 비리횡령 피의자의 엄중처벌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인강재단 인권유린 및 시설비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8일 오후 3시 도봉구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재판부가 피해 장애인에게 의사소통 조력인을 배치하지 않고 심리를 진행했고, 피의자 등 2명의 보석이 이뤄진 것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마련됐다.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인 인강원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12일 장애인에 대한 인권유린과 보조금 횡령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에 따른 결정문을 발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인권위는 인강원에서 거주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급여와 보조금을 빼돌린 사실과 함께 이사장 등 소속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장검찰청도 8월 12일 장애인 상습폭행, 학대 등 인권유린행위와 임금착취, 국가보조금 유용 등의 혐의로 전 원장, 생활재활교사, 부원장 등 3명을 구속하고 현 이사장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재판은 9월 16일과 29일, 10월 28일 세 차례 진행됐고, 오는 11월 20일 공금 횡령과 관련한 재판이 있을 예정이다.

이중 2차 재판은 거주인을 폭행해 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생활재활교사 1명에 대해 이뤄졌고, 인권위와 검찰 조사에서 주요한 폭행과 인권침해 사실을 증언한 피해자 1명(지적장애2급)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대위는 “피의자와 분리된 상태에서 피해 장애인의 증인심문을 진행하라는 의견서를 제출 했으나 2차 재판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장애인이 마주보는 상황에서 진행됐다”며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해장애인에게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어보라는 등의 질문으로 우롱한 것도 모자라 글을 읽을 수 없는데도 증언 내용을 읽을 것을 종용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피해 장애인들은 피고인의 학대로 정신·신체적 피해를 입은 상황이고, 낯선 환경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적 장애의 특성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의사소통 조력인이 배치돼 진술조력을 해야 하고, 반드시 피고인과 분리된 상태에서 증인심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1일과 6일 보석이 승인되면서 피의자 중 2명이 석방된 것을 확인했다”며 “증거조작이나 인멸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에서 재판이 시작된 지 불과 보름 만에 재판부의 보석승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강상준 인강재단대책위원장, 박인용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대표, 유기훈 도봉구 구의원 ⓒ에이블뉴스

이날 공투단 강상준 위원장은 “첫 번째 재판 때 우리는 법적인 체제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을 똑똑히 봤다”며 “판사, 검사, 변호사 모두가 법의 보호받아야 할 장애인을 놔두고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법정은 조용해야하고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장애인의 인권이 난도질 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며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나 장애인에게는 평등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현장이고 그 사법체계의 현장이 불과 1㎞도 떨어지지 않은 서울북부지법에 벌어지고 있다"며 "죄의 유무를 떠나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이 보장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법으로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박인용 대표도 “공금을 횡령하고 보조금을 가로채고, 작업장에서 일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착취한 것이 입증됐다. 인권위, 서울시 인권조사자들도 조사한 내용”이라면서 “구속·기소된 가해자 3인의 직접적 협력관계인 인강원 원장이 가해자와 한통속인데도 불구하고 판사, 변호사를 접견하며 일일이 만나 자기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강원 시설을 둘러본 결과, 법인 소유의 땅인데 한가운데 개인들이 불법으로 점유해 살고 있었다”며 “마치 나치시대 때 포로들을 수용하고 학살하던 학살자들이 감시를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주거공간과 무엇이 다른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기훈 도봉구 구의원은 “판사가 증인이 글을 읽지 못한다는 이유로 증인이 서명한 증거자료를 채택 할 수 없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경악을 했다”며 “장애인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비장애인 관점에서만 판단하는 것을 보고 화가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장애 당사자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재판이 이뤄져야하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굉장히 필요하겠다고 생각한다”며 “도봉구 의회와 도봉구청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이 사건을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건이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공대위는 재판부에게 피해 장애인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상의 의사소통 조력인을 배치하고, 피의자와 분리된 구조에서 증인심문을 할 것과 피의자에 대한 보석 승인을 철회하고 재구속해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에게도 부실감독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피해 장애인에 대한 법적 조력과 지원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공대위는 향후 요구가 반영되지 않고 반인권적 재판이 반복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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