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지적장애인 등이 입·퇴원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적절히 안내받을 수 있도록 ‘절차조력인제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10일 인권위에 따르면, 여성 지적장애인 A씨는 지난해 10월 정신의료기관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고 지자체장에 의해 행정입원 조치됐다.

피해자는 부친의 기일에 맞추어 퇴원하고 싶다는 메모를 주치의에게 전달하는 등 병원 측에 수차례 퇴원의사를 밝혔으나, 병원은 진정인에게 퇴원심사청구서를 제공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의 지인은 해당 병원이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병원 정신과병동 소속 사회복지사는 ‘피해자가 퇴원하고 싶다고 말하고, 퇴원을 원한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를 줘 이를 주치의에게 전달한 것은 사실이나, 퇴원심사청구서를 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같은 병동 소속 간호사는 ‘병동에 퇴원심사청구서 및 인신구제청구서 등을 비치해 놓을 경우, 환자들이 종이접기를 하거나 낙서를 하는 등 훼손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관련 서류는 요청하는 환자에게만 제공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해당 병원이 피해자의 퇴원의사를 명확히 인지했음에도 퇴원심사청구 및 인신구제청구의 권리 등을 안내하지 않은 것과, 권리구제에 필요한 서식을 병동에 늘 갖추어 두지 않은 것은 ‘정신건강복지법’이 보장하는 퇴원심사청구권을 제한하여 헌법 제12조가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국내의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상당수가 지적장애인임에도, 입원환자의 기본권 행사에 관한 핵심 정보를 담은 권리고지서를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유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생산·배포하는 것은, 관련 절차에 참여하는 지적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자의 입원환자에게 입·퇴원 절차를 안내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절차 보조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성과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인권위는 ‘정신건강법’ 등 관련 법률에 근거해 의사·판단능력이 부족한 환자에 대한 조력 절차를 마련하되, 절차조력인의 직무범위 및 권한, 자격 등을 명시한 별도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이 같은 내용을 담아 해당 병원장 및 지자체장, 복지부장관에게 권고를 내렸다.

먼저 병원장에게 입원환자의 퇴원 등 권리행사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환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갖추어 둘 것과, 퇴원의사를 밝히는 입원환자에게 관련 서류를 즉시 제공하도록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지자체장에게는 지적장애 등 의사소통이나 판단이 어려운 사람을 행정입원시키는 경우, 인신구속 및 구제절차 안내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절차조력인을 적극 지원하라고 했다.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는 지적장애인 등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권리고지서를 개발하고, 지적장애인 등이 정신의료기관 입·퇴원 과정에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법’ 등에 절차조력인제도를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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