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이 21일 수원지방법원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정신장애인 공무원시험 임용 불합격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정신장애 이해부족! 개선책 마련하라!', '금지된 차별행위 정당화 하지마라!' 손피켓을 든 소송대리인들 모습.ⓒ에이블뉴스

장애를 이유로 공무원 시험에서 최종 탈락했다며 화성시를 상대로 법정 싸움에 나선 정신장애인이 끝내 패소했다.

장애계는 판결 직후 “가장 공정해야 할 공무원시험에서 조차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정신장애인 동료 또한 “열심히 노력한다면 당사자여도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다는 꿈이 박살났다”고 울분을 토했다.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엄상문)은 21일 정신장애인 A씨가 화성시, 화성시 인사위원장을 상대로 불합격처분의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소송비용도 원고가 모두 부담토록 했다.

재판부는 최초 면접시험에서 장애 관련 질문을 한 것에 대해선 ‘위법’하지만, 이어진 추가 면접에서는 장애 관련 질문이 없었기에 차별행위가 없다고 본 것.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2020년 12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공무원 시험에서 탈락됐다며, 화성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에이블뉴스DB

■면접서 장애 질문 '미흡' 평가…“장애인 차별”

A씨는 10년 전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Ⅱ형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아, 2012년 11월 1일 정신장애인(장애등급제 폐지 이전 기준 3급)으로 등록한 장애인으로, 정기적인 병원․약물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을 완만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미 학원 강사 등의 직장 생활도 영위해왔다.

이후 A씨는 공직에 진출하고자, 2020년 4월 ‘2020년도 제1회 경기도 화성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에 일반행정 9급, 장애인 구분모집에 응시했다. 필기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취득해 동일구분의 선발예정 인원 9명 중 유일하게 합격했다.

문제는 면접시험이었다. 지원 동기, 화성시 문제점 등 공무원 직무와 관련한 질문은 막힘없이 답했지만, 장애와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졌다. ‘장애 유형과 정도’, ‘장애등록이 되는 장애인지’ '약을 먹거나 정신질환 때문에 잠이 많은 것은 아닌지’. 결국 그는 ‘미흡’ 등급을 받았으며, 추가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로 ‘미흡’을 받아 최종 불합격했다.

A씨는 장애를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직접차별’에 해당한다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법률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같은 해 12월 15일 수원지방법원에 화성시와 화성시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최초 면접시험에서 직무 질문이 아닌, 장애 관련 질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봤지만, 추가면접에서는 새로운 면접위원이 참여했고, 장애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며 차별행위가 없다고 본 것. 사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요구 모두 기각했다.

피고 측은 재판과정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제한적으로 장애 관련 질문을 할 수 있다’면서 면접 질문은 최소한도로 행해졌기 때문에 장애인 차별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이 21일 수원지방법원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정신장애인 공무원시험 임용 불합격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에이블뉴스

■“정신장애인 편견 드러낸 판결” 실망·분노

이날 판결 직후, 장추련,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은 수원지방법원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1심 판결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앞서 2020년 수원고등법원은 ‘여주시 9급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지원한 청각장애인 B씨의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들의 장애 관련 질문으로 최종 탈락한 것에 대해 “차별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유사한 판례가 있음에도 재판부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정신장애인 편견이 그대로 반영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남규 활동가는 “당사자로서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저 또한 정신장애로 군 면제를 받아서 항상 취업 면접에 가면 집중적으로 군대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면접을 망쳤다”면서 “정신장애가 있다고 면접에서 밝힌다면 당사자단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면접에서 탈락한다고 봐야 한다. 열심히 노력한다면 당사자여도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다는 꿈이 박살 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송 원고인 A씨는 입장문을 통해 “누구에게나 우울이 찾아올 수 있고 감기에 걸린 사람이 병원을 찾듯 치료를 받으면 된다. 마음이 크게 아프다는 것은 죄가 아니고, 사회로부터 어떤 차별이나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될 수 없다”면서 “단지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이유로 실제 취업이 거부되거나 회사에서 쫓겨나지만, 정부의 채용과정에서 벌어지는 것은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A씨는 필기시험에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이런 식으로 불합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공무원시험을 다시 응시하지는 않았다. 현재 동료지원가들의 연대 단체를 설립해 해당 단체 대표자로서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를 육성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누구보다 보통의 삶을 소망하고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기를 바라는 건전한 욕구를 가진 당사자들의 모습을 보며 적어도 공공의 영역에서 부당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크게 싹텄다”면서 함께 싸워준 장추련과 소송대리인들에게도 감사함을 표했다.

소송대리인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는 "법원은 최초면접에서 장애 관련 질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했지만, 두 번째 면접에서는 장애 관련한 질문이 없었기 때문에 첫 번째 하자가 치유됐다고 판단했다. 면접위원들이 장애 관련 교육을 하지 않은 것도 불합격처분 영향에 미치지 않았다고 봤다"면서 "좋지 않은 결과가 아쉽다. 지금의 착잡한 마음을 다듬어서 이후 당사자와 상의 후 항소해 당연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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