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지적장애인의 노동을 착취한 승려가 결국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장애계가 “강제노동을 규정한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은 소극적 해석”이라며 씁쓸함을 표했다.

앞서 지난 11일 서울북부지검 건설·보험·재정범죄전담부는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의 혐의로 승려 최모씨(68)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승려 최 씨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지적장애 3급 피해자에게 예불, 마당쓸기, 잔디깎기, 농사, 제설작업, 경내 공사 등 노동을 시키고 급여 총 1억2929만5200원을 미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2016년 4월 피해자 명의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소재 아파트를 구입하고, 2018년 1월 피해자 명의의 계좌에 대한 출금전표 2매를 작성해 은행 직원에 제출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이 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가혹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피해자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고, 피해자 측의 신고에 의해 경찰수사가 진행되었으나 고작 몇 건의 폭행만 인정되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2019년 7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30여간 지적장애인이 노동력 착취를 당했다며 고발, 다시 재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고발 이후에도 서울 노원경찰서는 노동력 착취가 아니라 협동관행인 ‘울력'이었다는 가해자 측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여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었다.

연구소는 이번 기소건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구제 등에 관한 법률(제32조 괴롭힘 등의 금지)을 적용해 기소하고, 고발 전 수사 때 각하처분한 명의도용에 대해서도 기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입장을 냈다.

연구소는 “검찰은 여전히 ‘강제노동금지'를 규정한 장애인복지법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다. 이미 이전 수사를 통해 피해 장애인에 대한 가해자의 상습적 폭력이 있었음은 확인된 바 있고 폭력을 동반한 노동을 '강제노동'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나, 이에 대한 소극적인 해석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소와 피해자는 공동명의로 지난 7월 1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바 있고, 같은 달 14일, 17일 관할 검찰청 및 대검찰청에 관련 절차진행을 촉구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제기능을 하지 않는 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북부지검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월 6일 이 사건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심의위원회 부의여부 조차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연구소는 “이 사건은 주요 언론을 포함해 수십차례나 언론에 보도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연합하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소속 종단을 항의 방문할 정도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며, 32년 동안 종교기관인 사찰에서 장애인을 학대하고 착취하였음에도 수사기관이 이를 소홀히 여겨 국민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면서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지도 않을 만큼 사소한 사건으로 치부하는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시민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국민이 아닌 검찰의 관심이 없음을 보여주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이 강제노동금지를 규정한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은 부분, 그리고 고발 이전 수사에서 명의도용 등에 대해 각하처분을 한 부분이 적정, 적법한 것인지 등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점검위원회) 소집을 재차 요청한다”면서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점검위원회) 소집만큼은 대검찰청이 적극 개입해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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