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을지로 나라키움저동빌딩 1층 로비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 운동본부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만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들의 국회 통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장애계가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 운동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7일 서울 을지로 나라키움저동빌딩 1층 로비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 운동본부 발대식’을 열고 “장애인에 대한 ‘현대판 고려장’인 활동지원 연령제한 문제에 정부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장애인활동지원을 받는 분들이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 대상으로 전환되어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찾아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12월 국회를 통과한 2020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는 5억 원에 불과한 ‘연구용역’ 예산만이 부랴부랴 책정됐으며, 관련 법률 개정안들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실제로 만 65세 이상 장애인 활동지원 허용이 담긴 윤소하, 정춘숙 김명연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4개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관문을 넘지 못했다.

특히 전장연은 이렇듯 지지부진한 법안 통과의 원인으로 장애인정책국과 요양보험제도과 간의 책임 공방만 하는 보건복지부와 재정 부담을 이유로 극구 반대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꼽았다.

현재 활동지원법은 활동지원 수급을 받는 장애인이 만 65세가 도래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수급심사를 받고, 장기요양등급이 나오면 당사자의 필요와 무관하게 활동지원이 중단된다. 문제는 장기요양등급이 나올 경우 하루 최대 4시간만 받을 수 있어, 최중증 독거장애인의 경우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7일 서울 을지로 나라키움저동빌딩 1층 로비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열린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 운동본부 발대식'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이영석 정의당 UN장애인권리협약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우리가 국가인권위원회 릴레이 단식 농성을 통해 만65세 연령 제한이 얼마나 잘못된 제도인지 알렸고, 국회에도 이에 대한 법안이 올라갔다. 그러나 아무런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갑자기 나온 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복지부는 다급히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5억의 예산을 심의에 올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얼마 전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을 만나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이것은 노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노인 문제와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그쪽(노인 관련 부서)에서 안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했다”며 “복지부에 같이 앉아 있으면서 같은 장관 아래서 장애인 책임이니 노인 책임이니 하고 있다. 게다가 5억의 예산으로 무슨 시범사업을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연령제한 페지는 질질 끌 문제가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 운동본부를 차린다”며 “65세 되는 분들이 인권위에 이 문제의 해결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예정이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이 문제의 해결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지금 국회에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에서 올린 법안들이 올라가 있다. 당사자들에게 활동지원서비스 받을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받을지 선택권을 부여하는 법이다. 그러나 우리의 염원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고 한탄했다.

최 회장은 “국회의원이 법률을 개정하려 해도 주무 부처에서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복지부는 형평성을 운운하며 연령제한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그 누구보다도 장애인의 권익을 우선해야 할 복지부가 예산 타령, 형평성 타령을 하고 있다. 이 잘못된 제도를 바꾸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영석 정의당 UN장애인권리협약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세계인권선언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고 쓰여 있지만, 아직 장애인들에게는 한낱 글귀에 불과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 위원장은 “정의당에서 발의한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당에 있으면서 후회를 많이 했다”며 “다가오는 총선에 정의당이 책임지고 장애인 관련 현안을 해결하겠다. 동지 여러분과 제가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해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나라키움저동빌딩 1층 로비 한켠에 꾸려진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 운동본부’는 앞으로 ▲만65세 연령제한 피해 당사자 인권위 긴급진정 상담 및 지원 ▲보건복지부 5억 연구용역 사업 모니터링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 추진 ▲장애계 운동본부 참여 제안 등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날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 운동본부 발대식에 앞서 만65세 생일을 맞은 박명애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생일 축하 파티’가 열렸다.

동료들에게 축하 케이크를 건네받은 박 대표는 웃으며 촛불을 껐지만 금새 표정이 굳어졌다. 마음껏 기뻐해야 할 생일이 박 대표에게는 활동지원서비스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되는 ‘눈물의 미역국’을 먹는 날이 됐기 때문.

박 대표는 “유예 기간이 6월까지라는데 알고 싶지도 않다. 지금까지 받았던 서비스 시간은 당연히 내 곁에 있어야 한다. 나처럼 하루하루 초조해하는 사람들이 더는 없어야 한다. 65세가 되든 70세가 되든, 내가 받아야 할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돌려내라고 정부에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진정을 제출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7일 서울 을지로 나라키움저동빌딩 1층 로비에서 열린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 운동본부 발대식' 현장에서 만 65세 생일상을 받았다. 박 대표의 표정이 어둡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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