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의 위험과 다른 강습생들의 불안 해소를 이유로 뇌전증 장애인의 에어로빅 강좌 신청 시, 과도하게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는 행위는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자체 A교통문화교육원 원장에게 이 같은 차별 행위를 중단할 것과 근거가 된 이용약관 중 장애인 차별 규정을 개정할 것, 소속 직원들에게 인권(장애인식)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진정인은 뇌전증 장애인으로 2019년 1월경 피진정인이 운영하는 문화교육원의 에어로빅 강좌를 신청했는데, 담당자는 의사 진단서의 용도란에 ‘에어로빅 운동 및 사우나 이용이 가능하다’는 소견이 있어야 하며, 보호자 동행이 있어야 강좌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렇게 과도한 의사의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강습 중 뇌전증에 의한 발작이 재발해 진정인의 안전과 강습생들의 불안 해소 및 수강 권리 보장을 위해 에어로빅과 같은 운동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서 제출을 요구했고, 운동 중 혼절사고와 운동 후 사우나 이용 시 익사사고 등의 위험성이 상존해 진정인의 발작증상을 이해하고 있는 보호자 동행도 같이 요구했다”고 답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진정인은 2010년경부터 약 8년 동안 동일한 강좌를 이용하고 있으나 피진정인이 우려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는 점 ▲진정인은 진단서나 보호자 동행 없이 구 시설관리공단 내 체육센터에서 줌바댄스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점 ▲대한뇌전증학회는 뇌전증 환자라 하더라도 항경련제를 복용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또 스포츠와 뇌전증의 긍정적 관계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뇌전증 장애인에게 에어로빅과 같은 스포츠 활동의 참여를 권장하고 있는 점, 운동 중 진정인에게 행동변화의 증세가 발생한다 해도 간단한 조치만으로 피해가 확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피진정인은 이를 대비해 ‘안전사고 대응 실무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점 등을 봤을 때 피진정인이 안전상의 이유로 진정인에게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모든 이용자들에게 1차적으로 요구되는 것인데, 장애정도와 유형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장애인이 강좌 등록 및 시설을 이용할 때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이용약관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및 제25조를 위반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장애인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없는 존재라는 편견과 낙인을 조장할 수 있고 나아가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관련 규정은 삭제나 개정이 필요하며,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피진정인이 운영하는 문화교육원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 실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전증은 전세계 약 6000만명 이상이 앓고 있는 매우 흔한 뇌질환이며 행동변화의 증세가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조치만 취하면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는데도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심각하다”면서 “이번 결정이 뇌전증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해소하는 등 사회적 인식개선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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