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법제포럼’에 참석한 일본 베델의 집 공동 설립자 무카이야치 이쿠요시씨와 당사자 직원 가메씨, 이토씨 모습.ⓒ에이블뉴스

“예전에는 병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망상이라고 혼났어요. 지금은 제 스스로 재능이라고 생각해서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4일 서울시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법제포럼’에서 어눌한 목소리의 일본인 가메씨가 마이크를 들었다. “한국에서는 환영한다는 즐거운 환청이 들린다”는 다소 엉뚱한 그의 답변에도 포럼장을 꽉 메운 참석자들은 박수를 쏟아냈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로 “병원가자”라고 손을 이끌지만, ‘베델의 집’에서는 함께 연구한다. 환청에 대해서, 망상에, 연애에 대해서 등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삶에 밀착한 고생의 분야가 가득하다.

평소에 배고프거나 피곤해지면 패닉상태에 빠져버리는 이토씨를 보고도 비디오를 찍고 함께 보며 웃는다. 베델에서는 혼자서 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동료끼리 고민해서 그 문제를 끝까지 살아가는 것! 고생이 있으면 있을수록 그들은 모두 함께 말한다. ‘잘하고 있다!‘

이날 일본 정신장애인 공동체 ‘베델의 집’ 공동 실립자 무카이야치 이쿠요시씨가 들려준 작은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남들 다하는 고생 우리도 해보겠다!” 지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운동을 하는 반복된 생활이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 북적이며 살아가는 곳이다.

“베델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정신과 병동이 운영할 수 없어졌습니다.”

일본 훗카이도 우라카와에 위치한 ‘베델의 집’. 1978년 정신장애인으로 구성된 회복자클럽 ‘도토리회’ 회원과 지역사회 유지들의 활동으로 시작됐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1968년 일본을 방문한 타 국가에서 병상수의 문제 지적과 함께 지역사회와 함께 할 것을 권고했지만, 일본은 이를 가볍게 무시했다. 당시 일본은 인구 대비 세계 최고 병상수 보유 국가였다. 그러던 중 1983년 의료 종사자에 의해 당사자가 사망하는 ‘우쯔노미아 병원사건’이 계기가 돼서 정신장애인의 인권이 도입된 정신보건법이 제정됐다.

“제도 개선이라던지, 법적 제도 기반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에 대해 알려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베델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어떤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사람으로서 존중되고 한 마을의 주민으로서 지역에서 역할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본 베델의 집의 초창기 모습.의자에 앉은 사람이 베델의 집 공동 설립자 무카이야치 이쿠요시씨다.ⓒ에이블뉴스

베델의 집이 위치한 우라카와는 훗카이도 남쪽 끝 에리모곶에 인접한 인구 1만3000명의 연안도시로, 종마사업과 히다카 다시마로 알려진 지역. 현재는 정신장애를 경험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로 그 못지않은 유명지가 됐다.

‘베델의 집’은 ‘지역사회전체의 사회복귀’를 지향하며 1983년 다시마 포장을 시작으로 1988년 다시마 산지 직송 사업, 1993년 유한회사 설립, 서적 집필 판매, 다큐멘터리 제작 판매, 당사자 강연 등 다양한 분야로 범위와 영역을 확장했다.

상업적인 부분에 집중한 것은 정신장애인이 복귀해야할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장사를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지역주민과 교류하는 것. 실제적인 일상의 문제들과 부딪히며 삶의 당연한 고생을 되찾기 위해서다.

‘베델의 집’역할도 여러 개다. 히다카 지방의 특산물인 히다카 다시마 직송 사업을 담당하는 사회복지법인 ‘베델의 집’을 비롯해, 개호용품을 취급하는 유한회사 ‘복지숍 베델’, 당사자 자조활동 지원과 베델의 당사자연구의 보급을 맡고 있는 NPO법인 ‘셀프서포터센터 우라카와’ 등이다.

그 외 다양한 영역의 활동으로 정신장애 당사자와 그 외 다양한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에게 주거와 일자리와 돌봄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14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베델의 집은 정신과 병동에 의지하지 않는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사는 것을 지향합니다. 저희 지역에서는 정신과 병동이 없어졌기  때문에 더욱더 지역 내에서 당사자들이 일하고, 도움 되는 일을 하며 회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사자 중심을 잊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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