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씨가 인터넷을 통해 접수한 진정서.ⓒ에이블뉴스

자필서명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금융서비스를 거부당한 중증장애인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부산시 기장군에 살고 있는 근육장애인 김동호(만36세, 지체1급)씨는 희귀난치성질환 폼페병으로 인한 사지근력 약화와 함께 호흡기 착용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입 모양, 눈짓, PC활용으로 글로써 충분히 표현이 가능하다.

그런 그에게 문제가 된 날은 지난 3일. 기초생활수급비가 입금되는 농협통장 도장이 닳아 ‘농협중앙회로 가서 도장변경을 하라’는 말에 휠체어이동권이 좋은 양산농협출장영업소를 찾았다.

영업소를 찾은 그는 새 도장변경 신청과 함께 평소 인출의 번거로움을 덜고자 체크카드도 발급 받으려 했다. 하지만 창구 직원은 “스스로 자필서명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한 것.

김씨는 “이를 대비해서 나를 대변할 수 있는 누나와 활동보조인과 함께 방문했다. 대필 서명을 하면 안 되느냐 물었지만 본인이 서명하지 않는 한 해줄 수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직원은 다른 대안으로 음성을 녹취해 본인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남기려했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저로서는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금융실명제로 본인 확인이 되지 않으면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의 상황은 다르다. 무엇보다 신청을 원하는 장애인 당사자가 현장에 있었고 본인임을 증명하는 신분증 또한 지참했다.

그럼에도 무조건 자필서명만을 강요하는 행정처리에 김씨는 답답할 따름. 이에 김씨는 지난 6일 양산농협출장영업소를 상대로 인터넷으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에 따르면,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

김씨는 “중증장애인을 돕는 활동보조인의 대필서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손을 쓸 수 없는 장애인은 금융거래 이용을 하지말라는 말과 같다”며 “장애로 인해 수족불수와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에 상응하는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이런 거부는 중증근육장애인들에게선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근육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수족불수인 중증장애인들이 겪을 수 있다. 이번 인권위 진정을 통해 본인 동의하에 대리인 서명이 허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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