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5일 '장애인 인권증진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가졌다. 이날 각 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계획안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놨다. ⓒ에이블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5일 공청회를 통해 ‘장애인 인권증진 중장기 계획(안)(2013∼2017)(이하 계획안)’을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인권위 장애차별기획조사팀 조형석 팀장이 발표한 계획안에는 ▲평등한 참여를 위한 기반 구축 ▲적절한 삶의 향유를 위한 기본권 보장 ▲차별시정 및 예방강화 ▲다중적 차별을 겪고 있는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반구축 등 기능별로 분화된 4대 전략목표를 중심으로 21개 추진목표가 담겨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각 분야 전문가들은 계획안에 대한 취지와 계획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의 뜻을 표하고, 각 성과목표에서 보완돼야 할 내용을 조언했다.

반면 추진목표 중 장애인 등록등급제를 유지한 채 서비스 수급권을 분리한다는 ‘장애인 등록등급제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는 토론자가 많았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단기계획이 아니라 중장기 계획인 만큼 등록등급제의 개선이 아닌, 현행의 획일적인 등록등급제 폐지를 목표로 봐야 한다는 이유다.

인권위는 이날 나온 여러 의견들을 계획에 반영해 ‘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 인권위 상임위원회와 전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무총리 및 관련 부처에 권고할 계획이다.

장애인 등록등급제 유지, 서비스수급권 분리

■평등한 참여를 위한 기반 구축=인권위는 평등한 참여를 위한 기반 구축을 위해 장애인 등록등급제 개선, 장애인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개선, 지역사회 참여를 위한 여건 마련, 장애인 접근권 보장 등 7개 추진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장애인 등록등급제 개선은 등록등급제와 서비스 수급권의 분리, 개인의 욕구와 환경에 기초한 서비스별 장애 사정 기준 마련, 장애 범주 확대로 잡고 있다. 이는 현행 등록등급제에 의한 획일적인 서비스 지원의 문제를 개선하고, 욕구와 필요에 따른 서비스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토론자들은 이중 등록등급제의 유지를 제고하고 ‘폐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계에서는 장애등급만 같으면 같은 서비스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현재 장애인복지 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장애인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장애인 중심 전달체계’ 개편, 지역사회 밀착형 민간 전달체계 구축,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상설화를 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 선택권 부여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고 서비스 제공 상한선을 폐지해야 된다는 방향을 내세웠다.

더불어 65세 이상의 장애인의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장애인활동지원 중 선택 할 수 있도록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권위는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위해 정보접근권, 시설접근권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정보접근권을 위해 출판물 접근권 보장의 내용으로 저작권법을 개정 추진하고, 수화언어의 법적지위 향상해야 한다고 전했다. 1차적으로 수화언어를 사용하는 방송 서비스의 확대 및 수화사용자의 증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

시설접근권 보장을 위해서는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이하 편의증진법)’과 ‘건축법’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편의시설 설치 계획서’ 작성 시 ‘편의시설 상세표준도’를 참조하도록 ‘건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명문화 해야되기 때문이다.

이날 법무법인 태평양 조원희 변호사는 장애인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해 시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해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시에서 장애인 시청 편의 서비스의 범위를 확대해 적용해야 하며, 통신 방식의 다양화를 고려해 중계서비스의 주체를 확대해야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연금 부가급여, 장애수당으로 전환

■적절한 삶의 향유를 위한 기본권 보장=인권위는 헌법에 보장된 장애인의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적절한 생활수준의 보장, 일 할 수 있는 기회 및 권리 보장, 장애인 주거지원 제도 강화, 차별 없이 건강을 향유할 권리 보장 등 총 7가지 추진목표를 제안했다.

먼저 장애인의 생활수준 보장을 위해 장애인연금 급여액 현실화, 장애인연금 급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경증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인복지법 상의 ‘장애수당’과 중증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인연금법 상 부가급여는 모든 장애인에게 지급되도록 장애인연금 급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권위는 장애인연금법 상 부가급여액을 삭제하고, 장애인복지법에 모든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장애수당으로 법률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보장, 보조금고용제 도입으로

현재 중증장애인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제 적용에서 제외 받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계획안에 장애인이 일 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도록 노동에서의 권리 제고, 지원고용 확대 등을 통해 장애인의 근로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중증장애인의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보조금 고용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며, 직업재활과 고용으로 분절화된 관리체계의 연동성을 확보해 체계적인 고용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내다 봤다.

이를 위해 장애인 고용 시 일반 사업체의 고용주나 직업재활시설 등의 시설주는 장앤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뒤 장애인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3권, 유급휴가 등을 모두 보장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애인복지법’ 등의 개정을 통해 입법 조치들과 고용주 및 시설주,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인권위는 ‘최저임금법’의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 의 규정을 삭제하고 장애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다른 OECD 국가들처럼 정부가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을 보조하는 보조금 고용 도입을 통해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업영역개발팀 남용현 팀장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규정 개정에는 동의하면서도 최저임금 적용제외제도의 폐지는 근로능력이 떨어지는 중증장애인의 취업기회를 축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중증장애인의 낮은 생산성, 복합적 업무수행의 어려움 등으로 사업주가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고 있는 현실에서 최저임금 적용제외제도의 폐지는 사업주의 장애인고용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인 것.

남 팀장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 제도를 폐지하되, 일정기간 동안 장애인 보호작업장 등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감액적용제도를 도입·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어촌 장애인주택개조사업, 대상 풀어 전국으로 확대

특히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주거약자지원법)'이 지난 2월 제정됐으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거지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거약자지원법 개정이나 또 다른 '장애인주거지원법' 제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장애인 주거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으로 ▲주거약자지원법의 실질화 ▲중증장애인 전세주택 제공 사업 전국 확대 ▲주택구입 및 전월세 보증금 지원 확대 ▲주거환경 개선 지원 확대의 제도 개선을 손 꼽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인권위는 주거약자지원법의 실질화를 위해서 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한 별도의 최저주거기준이 도입되고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주거실태조사가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주거약자의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정량의 주거약자용 주택이 제공되고, 민간주택개조에 대한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아냈다.

인권위는 현재 농어촌 장애인주택개조사업은 농어촌이라는 지역 대상과 주택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예산을 편성해 전국 사업으로 확대하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사업의 대상을 장애인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 정책홍보국장은 주거약자지원법이 '주거약자'로 규정한 법적용에 따른 정책 실행의 혼선을 빚고 있다면서 법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주택개조(주거환경 개선)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주택정책에 유니버셜디자인 개념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장애인 진료 위한 거점 공공의료기관 설립 확대

인권위는 장애인의 건강권을 위해 장애인 건강통계를 구축하고 진료수가 차등화, 정당한 편의제공을 통한 의료서비스 강화, 거점 공공의료기관 설립 확대, 장애인 보조기구 지원 확대 및 관리 체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도 제시했다

장애인 진료기피에 원인을 제거하려면 장애인 진료에 따르는 위험부담 등을 보상하기 위해 가중치를 두어 수가를 일정수준 상향시켜야 한다는 '진료수가 차등화'를 둬야 한다는 것. 이는 병원이 위험부담으로 장애인 진료는 기피하고 있어 장애인들이 병원을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이 병의원에 가야 함에도 가지 못한 이유로 경제적인 이유(57.3%)가 제일 큰 만큼('2011 장애인실태조사') 보건의료서비스 이용과 관련된 비용지원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방안으로는 현행 의료비지원제도를 확대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병의원 이용을 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이 제시됐다.

계획안에는 장애인 진료를 위한 거점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재활의학과 김윤태 교수는 “장애인 의료비 지원 확대를 위해 높은 자기부담금 경감을 위한 비급여 항목 보험적용 확대, 급여기준의 확대 적용 등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저소득층 중증장애인을 위한 의료급여 통합 적용, 차상위계층 의료비 지원 확대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 밖에도 인권위는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생활환경 구축을 위해 정신적 장애인의 최근 입법화된 성년후견제가 내실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됨으로써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해서는 성인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