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조형석 장애차별기획조사팀장이 ‘장애인 인권증진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장애인 인권증진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했다. ⓒ에이블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계에서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장애등급제 개선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일률적인 등급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조형석 장애차별기획조사팀장은 2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장애인 인권증진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등록등급제(장애등급제) 개선내용이 담긴 장애인 인권증진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했다.

■등급제 개선, 어떻게?=먼저 계획안에는 장애인 등록등급제 개선 내용이 담겼다. 앞서 등록등급제는 일률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 파악이 미흡하다는 장애계의 거센 지적이 일어왔다.

계획안에 따르면 일률적인 등급제가 폐지된 등록등급제와 서비스 수급권을 분리한다. 현행 장애인 등록과 재판정에 의해 부여되는 장애등급에 의한 서비스 제공이 아닌, 등록만 가능하다.

등록등급제는 장애인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기초 자료로만 활용하며, 등록장애인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필요도에 따라 급여와 서비스 제공 여부 및 수준을 결정한다.

또한 개인의 욕구와 환경에 기초한 서비스별 장애 사정 기준을 마련한다. 장애인연금, 활동지원제도, 의무고용제, 특수교육 등 급여와 서비스별 대상자 선정 기준 및 급여 수준을 각각 결정하는 장애 사정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단, 개별 서비스별로 중복 사정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급여와 서비스 간 연동 시스템을 개발해,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별도의 사정없이 장애인연금 수급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장애 범주를 확대해 1차적으로 소화기 장애, 중증 피부질환, 기질성 뇌증후군을 법정 장애범주에 포함한다.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비뇨기계, 혈관, 학습장애, 알콜중독 등에 대해서도 범주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조 팀장은 “기초자료를 위해 등록제를 유지한다는 것에 대해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히려 보험 등 한시적으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등록제를 통한 건강통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어서 판단했다”며 “초안으로 발표된 계획안이라 구체화된 면은 없다. 앞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보강하고, 구체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에이블뉴스

■“등록제 폐지가 목표돼야”=이 같은 계획안에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등록등급제의 개선이 아닌, 현행의 획일적인 등급제 폐지와 급여 수급 자격의 개별적 평가제의 도입을 목표로 둬야 함을 제언했다.

조 교수는 “개인의 욕구와 환경에 기초한 서비스별 장애 사정 기준을 마련한다면 그 기준에 따라 사정하는 기관에 장애인이 등록하고 전국적으로 취합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며 “굳이 일괄적인 관 주도의 장애인 등록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장애범주 확대는 등록등급제에 손을 대지 않는다 해도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이다. 추진방향을 시기별로 배열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범주 확대, 등록등급제와 서비스 수급권의 분리, 개인의 욕구와 환경에 기초한 서비스별 장애 사정 기준 마련, 일괄적 등록제도와 함께 법정 장애범주의 폐지 등을 재배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교수는 장애등급제의 개선이나 폐지를 넘어 장애 정의부터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특수교육법, 장애인복지법의 장애정의에서 직면하는 문제의 원인을 사회의 실패에서 찾지 않고 의학적 접근법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장애 범주를 확대하는 쪽보다는 좀 더 종합적인 장애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고용에서도 직업장애나 고용장애가 아닌 의학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편의증진법처럼 완전히 사회·정치적 접근법에 근거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사회·정치적 접근법의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장애인 인권증진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의 참석자들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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