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특별기고]⑧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옥순 사무국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옥순 사무국장. ⓒ에이블뉴스

소중한 나무 한 그루를 만났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2009년은 안개 속에서 방황과 혼란을 거듭하다가 중심을 잡아 줄 크고 푸른 나무를 만난 격입니다. 뿌리를 더욱 단단히 하고 줄기와 잎을 풍성하게 할 과제들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큰 나무 하나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장애인차별상담 전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수많은 장애인 차별에 대응하여 장애인의 풍천노숙의 투쟁으로 쟁취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해 장애로 인한 차별에 일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이 꼭 맞습니다. 수차례의 집행위원회와 상임집행위원장단 회의를 거듭하며 머리를 맞대고 숙고를 거듭한 결과, 장애인차별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장추련은 돈도 없고, 기반도 없지요. 단지 장애를 이유로 더 이상 차별받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에게만 온전히 의존했습니다. 기대는 현실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7월부터 1577-1330 장애인차별상담전화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장애인 부모단체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3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박입니다. 전화비, 회선사용료, 전화상담가 인건비 등 단 한 푼도 지원할 수 없음을 밝히고 시작되었음에도 말입니다. 장애인차별과 싸운 경험을 가진 단체들이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장애인차별상담전화가 제대로 가는 길에는 반드시 수많은 사람들이 연대가 함께 할 것입니다. 이어서 법무법인 한결과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과 법률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학자, 변호사, 장애인 인권 단체 활동가로 구성된 장애인차별시정 법률지원단도 구성됐습니다. 지금까지 장애인차별상담은 만 4개월여 만에 1백여 건의 상담 사례가 접수되었고, 하나하나 그 의미를 담아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 옹호 방법을 선택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담 자체만으로 권리 옹호가 되기도 하고, 진정과 법원 구제조치, 그리고 소송 등으로 이어질 장애인차별상담전화는 그런 점에서 잘 가꿔나가야 할 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안개 속에서 찾은 뿌리 단단한 나무에 물을 주고, 햇볕이 잘 들도록 하고 더불어 곁에 있는 나무들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올해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의 해에 장추련는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장애인도 보고 싶은 책을 서점에서 읽고 싶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당연히 누리는 권리를 ‘소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작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장추련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벌써 햇수로 3년 동안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수도 없이 관련 부처인 문화관광부를 만났고, 보건복지가족부를 만났고, 수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문화관광부는 저작권, 사적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영상사업자와 출판사업자의 의견만을 충실히 대변하고, 복지부는 문화관광부 탓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입법부로 그 공이 넘어갔습니다.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우리가 원하는 내용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 개정을 향한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렇게 걸려있는 주요 이슈들은 사법행정절차 상의 차별금지(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에 관한 개정을 위한 편의증진법 개정, 보험거부의 주요 원인인 상법 732조 개정 등 법제개정 투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차별시정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한 다양한 형태의 투쟁이 계속되었고, 2010년에는 좀 더 진지한 접근으로 장애차별에 관한 시정기구로서 그 면모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장추련은 2009년도에 조심스럽게 자랑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모니터링의 중요성에 대해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를 위한 보건복지가족부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모니터링 연구 사업을 인제대학교와 장애인개발원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연구자들의 진지한 열정이 모아져 생산될 연구결과에 대해 기대해 주셔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동모금회로부터 3년을 기한으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한 장애인권리 보장에 관한 사업으로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차별상담전화, 법률지원단 등 장추련이 추진하는 일에 지원을 받게 되어 날개를 단 느낌입니다.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권리보장 사업의 올해는 동사무소, 구청 등 공공기관을 상대로 장애차별 모니터링을 하여, 민원, 진정 등 장애인의 권리 옹호 과정이 펼쳐질 것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 올해 4월이면 3년째 접어듭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소중하게 대딛는 모든 동지들의 발걸음을 모아 가는 길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실제로 작동되는데 큰 의미가 될 것입니다.

*장애인차별 상담전화 1577-1330 홈페이지: www.15771330.or.kr

*이 글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옥순 사무국장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2010년 경인년 새해를 맞아 특별기고를 받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누구나 기고하실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