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이 4일 청계광장에서 서울시가 영화제 개최 장소인 청계광장 사용 불허를 통보한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기자회견에 사용된 피켓. ⓒ에이블뉴스

서울시가 인권영화제 개막을 이틀 앞두고 영화제 장소로 청계광장을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해옴에 따라 인권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인권운동사랑방은 4일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5일 개막 예정이었던 제13회 인권영화제가 지난 3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청계광장 사용 허가에 대한 취소 공문을 받았다”며 “이것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정부의 공안탄압, 인권침해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영화제 강행 선포

인권운동사랑방은 “우리는 이러한 서울시의 일방적 통보에 대해 오늘 오전 행정법원에 효력정지신청을 접수했다”며 “13회 인권영화제는 예정대로 오는 5일 저녁 7시에 청계광장에서 개막할 것”이라고 인권영화제 강행을 선언했다.

인권영화제 주최측은 지난 1월 23일 서울시에 청계광장 사용을 신청했고, 2월 17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사용허가 공문을 받고 사용요금을 납부했다. 그런데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3일 이사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최근 청계광장에 대한 시국관련 시민단체들의 집회장소 활용 등으로 부득이하게 시설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사용 불허를 알려왔다.

이에 대해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국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서울시가 영화 상영작 다수가 시국과 관련된 내용으로 확인돼 행사가 시국관련 불법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경찰과 사용 승인을 취소했다고 들었다”며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다루는 영화 상영마저 공안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비단 인권영화제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경찰이 헌법까지 위반하며 집회·시위 자체를 불허하고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더니 기자회견마저 금지하고 참가자들을 연행하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고 분개했다.

또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조차 보장되지 못하는 이런 현실이 인권영화제 탄압을 통해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우리 모두의 자유를 위해 인권영화제를 예정대로 개막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서울시의 일방적 통보에 대해 “이것은 명백한 검열”이라며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는 서로 연결된 것이다. 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사전에 막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양심에 따라 표현하고 행동할 자유가 있고 그 자유를 지켜낼 것”이라고 외쳤다.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참여한 정보근 변호사가 서울시의 일방적 통지에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에이블뉴스

"일방적인 사용 불허 통지는 불법"

발언자로 참여한 정보근 변호사는 “서울시가 사전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청계광장 사용 불허를 통지하는 것은 고의적으로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영화제를 막으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서울시의 통보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러한 조치는 공익성과 관련된 어떤 법적 근거도, 이유도 없다. 서울시는 인권영화제 주최 측이 수개월동안 들인 많은 노력과 비용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신뢰를 완전히 위배하고 있다. 이것은 최소 침해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는 행정 절차상으로도 인권영화제측에 사전에 충분히 통지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줘야 했다”며 “이것은 명백히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영화제 불허는 곧 중대한 인권침해"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인권영화제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승인을 받거나 사전등급심사를 받지 않으면 영화관을 빌릴 수 없도록 해 거리에서 진행돼 왔다"며 ”그것도 마음 아픈 일인데 이제 서울시는 소요사태가 걱정된다는 이유로, 영화내용이 시국과 관련 있다는 이유로 거리에서조차 인권영화제를 개최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활동가는 “이것은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경찰력으로 광장을 봉쇄하는 방식으로는 정부방침을 정당화할 수도,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이 4일 청계광장에서 서울시가 인권영화제 개막을 이틀 앞두고 영화제 개최 장소인 청계광장 사용 불허를 통보한 것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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