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갈산종합복지관 앞에서 한 장애인이 인권위 조사관에게 장애인차별 문제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에이블뉴스

휴대전화를 신규로 신청하러 S통신사 대리점을 찾아간 뇌병변장애1급 L씨는 ‘장애인은 보호자가 없으면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L씨는 “언어장애도 없고, 의사소통도 문제가 없는데 이렇게 대우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L씨는 지난 22일 오후 인천 부평구 갈산종합복지관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순회상담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하고, 그 자리에서 진정서를 작성했다. 이날 L씨뿐만 아니라 100여명의 장애인과 지역주민이 이곳에 다녀갔다.

자신이 받은 차별 사례도 상담하고, 향후 장애로 인해 차별받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묻는 장애인들이 많았다. 평소 궁금했던 생활 속 법률문제를 변호사와 상담하기도 하고, 직장 문제에 대한 고민을 노무사와 나누는 지역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J씨는 동네에 있는 현금지급기가 너무 높아서 혼자서 사용하기 힘든 점에 대해 정식으로 진정서를 작성했다. L씨는 “은행 직원이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자니 비밀번호가 노출돼서 피해가 우려 된다”며 현금지급기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든 것은 장애인차별이라고 진정서에 적었다.

지난해 12월 시설에서 나온 K씨는 새로 살게 된 곳에 전입신고를 하고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신청했으나 관공서에서 행정 처리를 늦게 하는 바람에 한 달 동안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진정서를 작성했다.

K씨는 “동사무소에서 시설에서 살 때 주민등록증 이름과 복지카드 이름이 달라, 이 문제를 처리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답변했지만 그러한 행정 처리를 하는데 한 달이 걸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인권위 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순회상담 사업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돼 처음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실시됐으나 최근에는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주제별로 매달 1회씩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장애인들이 밀집 거주하는 부평구 갈산동 지역을 찾았다.

인권위 인권상담센터 전문상담원을 비롯해 지역변호사, 노무사, 장애인차별조사관,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 수화통역사 등이 이날 순회상담에 함께 했다. 휠체어리프트가 장착된 버스를 동원해 이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의 이동 지원을 하기도 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총 4시간 동안 100여명이 다녀갔는데, 이중 50~60명이 정식으로 상담을 받았고, 이중 6명이 진정서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평소보다 조금 많은 수치라고 인권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역 장애인단체들과 사전 교류를 통해서 상담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발굴해낸 것이 주효한 듯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모든 상담이 인권위와 관련된 것은 아닌데, 법률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 어디에 가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전해주는 것도 당사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을 전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인권순회상담은 인권위의 핵심 사업”이라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의 인권순회상담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으며 현재 매달 1회씩 진행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현장에 나갈 때는 휠체어리프트가 장착된 차량을 동원해 중증장애인의 이동을 지원한다. ⓒ에이블뉴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