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장희원씨가 사망한지 400일이 된 9월 15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나)는 인천 연수구 음식학대 장애인 사망사건에 대한 2심 선고를 하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에 대해 1심과 동일하게 장애인에 대한 체포, 감금 혐의, 정서적 학대 혐의, 학대치사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결하였다. 피고인이 항소 제기한 취지 모두 기각한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경험이 부족했던 것을 참작했을 때 1심의 형량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사가 제기한 양형부당에 대해서도 항소를 기각하였다. 결국 2심 역시 1심과 동일한 징역 4년과 5년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선고한 것이다.

오늘 피해자 장희원씨를 죽음으로 내몬 학대치사 범죄에 대한 판결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살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결이었다. 언 듯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이는 학대 범죄는 사실 소수자, 약자에 대한 그 사회의 인권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의사는 무시되어도 괜찮다는 의식, 장애인은 강제로 다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식, 장애인은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해야 한다는 의식, 장애인 한 명쯤 죽어도 이 사회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의식들이 만연된 사회에서 장애인의 인권이 보장될 수는 없다.

서울고등법원은 장애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음식을 먹이고 장애인을 폭행하여 끝내 죽음으로 내몰아도 징역 4년이 적당하다고 결정하였다. 학대치사는 학대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범죄이다. 결국 징역 4년은 장애인을 학대해서 받을 수 있는 우리 사회 최고 형량인 셈이다.

우리는 오늘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장애인 삶의 가치를 외면한 판결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겠다. 장애인의 삶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판결이었다. 22살 나이에 세상을 등진 피해자는 물론 앞으로 평생 자식을 잃은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할 유가족 모두를 두 번 죽인 판결이고 한국 사회 장애인 인권을 두 번 죽인 판결이었다.

장애인 학대 사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책임은 고작 징역 4년이라는 결정을 우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장애인의 목숨을 헌신짝 취급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1939년 나치 독일은 장애인을 대량 학살하는 T4프로그램을 시행하였다. 이로인해 30만명의 장애인이 나치에 의해 대량 학살되었고 40만명이 강제 불임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장애인을 살 가치가 없는 존재들로 규정했다.

현재 독일은 자신들의 이러한 반인권적 대량학살을 반성하며 T4기념재단을 만들고 9월 2일 T4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나치의 만행이 단지 나치만의 잘못이 아니며 이를 묵인하고 외면 했던 독일 사회 전체의 책임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법원이 생각하는 장애인은 과연 살 가치가 있는 존재들인지 되묻고 싶다. 법원이 앞장서서 장애인은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라 학대해도 4년 정도 징역 살면 그만이라고 용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초범이어서 감형한다는 법원의 논리도 장애인 학대 범죄의 현실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논리다. 장애인 학대 범죄의 재학대 비율은 4.9%에 불과한데 초범이라 감형한다면 장애인 학대 가해자의 95%를 감형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벌어진 학대 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유죄판결 후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에 재범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장애인 학대 가해자를 초범이어서 감형한다는 말은 학대 가해자 모두를 감형해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학대 범죄가 처음이라 감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법원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오늘 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며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이 재현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 입법 및 학대 범죄 초범에 대한 감형 규정 삭제, 양형 기준 대폭 상향 등이 필요하며 장애인 학대 범죄를 엄중 처벌하기 위해 국회와 법원이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장애인 학대 범죄의 책임은 가해자 개인만의 것이 아닌 우리 사회 모두의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 학대에 맞선 우리의 책임과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국회와 법원이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다.

2022년 9월 15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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