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긴급돌봄사업 실시, 주간활동서비스 및 발달재활서비스 확대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예산도 언급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수년간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를 요구하며 557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삭발식과 단식농성 등을 진행하며 요구해왔지만, 윤석열 정부의 첫 장애인 예산에는 기존 서비스를 일부 확대하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지원대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 예산안에 담긴 발달장애인 지원을 중심으로 몇 가지 우려 지점에 대해 평하고자 한다.

우선, 정부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긴급돌봄 시범사업을 내년 4월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에 40개 긴급돌봄 기관을 설치해서 발달장애인 보호자가 입원하는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시 24시간 돌봄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경조사 및 긴급상황 시에도 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지원이 오롯이 가족에게만 전가된 구조에서 긴급돌봄 지원에 대한 정책 추진은 우선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장애인 보호자의 일시적 부재 시에 지원할 수 있는 법과 제도는 이미 구축되어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법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본래의 목적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에 따르면, 장애인 단기 거주시설은 “보호자의 일시적 부재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단기간 주거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미 구축되어 있는 긴급돌봄 제도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단기 거주시설은 지역사회 내 소규모 거주시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존 단기 거주시설에 부여된 긴급돌봄의 기능을 신규 사업으로 대체하는 등의 고민 없이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예산 낭비에 불과할 수 있다. 긴급돌봄을 위한 신규 기관 설립에 앞서 이미 존재하는 시설의 기능 정상화 등 효과적인 긴급돌봄의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시간 확대안은 주간활동서비스 설계 당시부터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제안했던 내용으로서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이다.

그러나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자 수의 동결과 관련해서는 정부에게 제도 확대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에 발표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에 따르면, 올해 2022년에는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 수는 1만 7천 명이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서비스 이용자 수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만 명으로 동결시켰다.

2020년 보건복지부 연구에 따르면,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결국, 이용자 수가 부족한 이유는 제도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가 주간활동서비스를 신청할 시 활동지원 이용시간이 차감된다. 정부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활동지원시간 차감’이라는 장벽을 허물고, 대상자도 본래의 계획대로 늘려야 할 것이다.

2023년 예산을 분석하면, 평균 이용시간이 154시간으로 기본형(132시간)과 확장형(176시간)의 중간값임을 알 수 있다. 이는 4시간 미만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단축형을 폐지하겠다는 의도로 이해된다.

단축형이 폐지됨에 따라 4시간 단시간 노동을 하는 4시간 미만의 이용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만약 단축형이 폐지되면서 4시간 미만 이용자가 하루 6시간 제공되는 기본형을 이용할 시 매일 2시간씩의 예산은 불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상자 수는 동결이고, 서비스 실제 이용시간은 늘어나지도 않는다. 결국, 이번 예산안은 제공인력 인건비 단가 상승과 불용될 수밖에 없는 제도 설계로 예산만 부풀려 놓은 것이지, 이용자 입장에서는 달라질 것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발달재활서비스 대상자를 7만 9천 명으로 1만 명을 추가로 확대하고, 서비스 단가도 월 22만 원에서 3만 원 추가해서 월 25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발달재활서비스는 “장애아동의 인지, 의사소통 등의 기능 향상과 행동발달”을 위한 바우처 사업이다. 소득기준에 따른 면제에서 최대 8만 원의 자부담과 정부지원금을 합쳐 월 22만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발달재활서비스 단가는 지난 10여 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단가 인상 전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단가의 동결은 제공기관의 추가적인 자부담을 만들었고, 장애아동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높여왔다.

발달재활서비스 유형별 적정 단가에 대한 고민과 기관 이용 시 발생하는 자부담 상한 등에 대한 지침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단가 인상은 제공기관의 수익만 높여줄 뿐이다. 아무런 조치 없이 단가만 3만 원 인상하는 것은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 경감과 서비스 질 향상과는 무관한 제공기관 기관 수익만 높여주는 조치일 수밖에 없다.

2022년 올해 들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죽이고 자살하거나, 부모만 자살하는 등의 사건의 연속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더 이상 죽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지난 8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만나서 “발달장애인 돌봄 체계를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껍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2023년 예산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에 대한 첫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023년 예산안을 확인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촘촘하고 두터운 예산 지원’에 대한 약속 이행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달라지지 않는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처럼 윤석열 정부의 첫 발달장애인 예산안은 이전과 같이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참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2022년 9월 2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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