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청년의 2심 재판 결과가 뜨겁게 이슈화되고 있다. 청년의 상황을 모르고 초기 기사만 접한 사람은 존속살해라고 청년을 비난하고, 청년의 상황을 알게 된 사람들은 살해는 맞지만 청년이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았던 우리 사회 복지시스템을 비판한다.

오늘(11월 15일) 언론에 또 다른 비극적 사건이 보도되었다. 발달장애자녀를 둔 아버지가 발달장애자녀에 대한 지원(돌봄) 책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0년부터 2021년 11월 현재까지 발달장애자녀를 둔 가족의 다양한 비극적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것만이 벌써 10번째이다. 이번 사건은 아버지가 발달장애자녀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원(부양)해야 하는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어머니까지 살해해 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왜 발달장애자녀를 둔 아버지이자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어머니의 아들인 고인은 자신의 소중한 자녀와 어머니를 살해하는 극단적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 이번 사건은 결코 한 가정의 비극적 사건이 아니며 앞서 언급한 한 청년의 비극적 사건과도 분리될 수 없는 사건이다. 즉,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극단적 선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지원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는 우리 사회 복지체계의 문제이다. 보통 사람들은 부양의무제라고 하면 소득보장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만 생각한다.

하지만 이 두 사건, 그리고 지난 1년여 동안 발생했던 발달장애자녀를 둔 가정에서 연이어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 내 부양의무제의 문제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만 한두 가지 정책 또는 서비스를 베풀어주듯 발표를 하곤 한다.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극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그 근본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 봉인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그 문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가족에 대한 지원의 무게로 인해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복지지원체계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 내 부양의무제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의 고유의 문화인 가족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가족에 의한 가족의 지원 책임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히려 더 이상 가족이 가족 구성원에 대한 지원의 책임이 전가되지 않을 때 가족에 의한 가족의 살해라는 비극적인 사건은 멈추게 될 것이며, 정부가 우려하는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가족이 더 결속하며 정부가 자랑하는 가족문화를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을 조장하고 있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리고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가족에 의한 가족의 지원(돌봄/부양)이 아니라 국가가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에 대한 지원의 책무를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정부가 정부로서 책무를 다할 때까지 전 국민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년 11월 15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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