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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넘어 굳은 연대만이 발달장애자녀 인권·삶 보장할 수 있다

[성명]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11월 4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1-04 11:04:10
지난 10월 31일 한 언론사를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부모회와 면담 내용이 보도되었다. 면담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서울시 탈시설 정책은 원칙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탈시설이 가능한 장애인은 탈시설을 추진하고, 의학적이나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면서 원하지 않는 장애인에게 강제적 탈시설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서울시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탈시설 정책을 도입하였으며, 지난 8월 2일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이하 탈시설 로드맵)’ 역시 서울시 탈시설 정책을 그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언급한 것처럼 서울시 탈시설 정책은 원칙도 없었으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는 발달장애인을 강제적으로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도록 지원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정책이었는가.

서울시 탈시설 정책은 원칙이 없다?

서울시 탈시설 정책은 서울시 주도 정책이 아니었다.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 특히 발달장애자녀를 지원하는 것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부모와 자녀의 연을 끊지 않고 내 자녀도 지역사회에서 살기를 소망하는 부모들의 피눈물 나는 투쟁의 결과이며,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자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부모, 관련 전문가, 서울시 담당자 등을 중심으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오랜 기간 논의하여 만들어 낸 산물이다.

서울시 탈시설 정책은 이번에 중앙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로드맵과 달리 거주시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단순히 이주하는 정책만을 담고 있지 않았다. 서울시 탈시설 정책은 거주시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 생활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재가 발달장애인이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자립생활 할 수 있는 지역사회 지원체계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워낙 열악한 중앙정부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내에 서울시 예산만을 투입하여 그 지원체계를 구축하다 보니 여전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부모나 가족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었을 뿐이다.

서울시는 중앙정부나 타 광역시도에서도 그림자 취급을 했던, 소위 말하는 도전적 행동이 있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도 외면하지 않았다. 또한 일상생활 지원을 위한 활동지원서비스도 타 광역시보다 더 많은 추가시간을 지원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권리옹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도 도입하였으며, 발달장애인 고용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도 개발 및 도입을 하였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이 탈시설 혹은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자립생활 할 수 있는 공간인 지원주택도 도입하였다. 지원주택은 주거 내 일상생활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그래서 발달장애인 필요에 따라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주택과 주거 유지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의 서비스이다.

이처럼 서울시가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을 위해 도입한 정책 및 서비스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있으며 그 궁극적 목표는 발달장애인이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따라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탈시설 정책은 결코 원칙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단지 이번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여준 것처럼 서울시 의지의 부족과 예산의 문제로 그 지원체계가 촘촘히 구축되지 못했을 뿐이다.

의학적이나 상식적으로 가능한 발달장애인만 탈시설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의학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이라면 거주시설에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나 요양 병원에서 전문적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비장애인 중 의학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두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탈시설이) 가능한 발달장애인’이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는 분명히 탈시설 및 지역사회의 삶은 장애정도와 상관없이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의 권리로 명시되어 있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체결한 당사국은 이 협약을 이행해야 한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체결한 다른 당사국은 장애정도와 상관없이 모든 발달장애인이 탈시설 하여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그 나라들의 발달장애의 개념과 우리의 발달장애 개념은 다른 것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은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기 힘들다는 반인권적 발언이며,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짓밟아온 발달장애인의 인권을 다시 한 번 무참히 짓뭉갠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장애의 문제가 아니라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지원체계가 구축되었는가의 문제이며 오세훈 서울시장 본인이 탈시설에 대한 가치와 원칙이 확실했다면,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부모들을 만났을 때 그 답변을 달리 했을 것이다.

원하지 않는 발달장애인은 강제적으로 탈시설 하지 않겠다?

발달장애인은 거주시설에 입소하였을 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소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입소 당시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부모나 가족에게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책임을 전적으로 전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모나 가족은 피눈물 흘리며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후 죄의식과 고통으로 하루도 편히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주시설 입소는 발달장애인의 선택이 아니었으며, 거주시설 발달장애인은 거주시설 입소 이후 거주시설 이외 지역사회 어떤 서비스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발달장애인에게서 선택권을 박탈하고 부모에게 거주시설 입소를 강요했던 이 사회가 탈시설에는 발달장애인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게다가 발달장애인은 거주시설 이외 자신의 삶을 선택할 선택지를 경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발달장애인의 선택권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발달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다른 선택지에 대한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의사소통 어렵고 소위 말하는 도전적행동이 있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탈시설이 어렵다?

발달장애인 중 다수는 구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발달장애인은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인가.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며 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있다. 즉 발달장애인의 장애정도가 아무리 심해도 끊임없이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도전적 행동은 일부 발달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특정 행동이며 이 행동 자체가 발달장애인의 장애 특성은 아니다. 도전적 행동은 발달장애인이 본인의 의사나 필요 등을 표현하는 방식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줄어드는 것으로 많은 연구보고서에 보고되고 있다.

또한 우리보다 앞서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거주시설에서 생활했던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본인에 맞는 환경에서 본인이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받으면 소위 말하는 도전적 행동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오히려 의사소통이 어렵고 도전적 행동이 심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거주시설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거주시설은, 그리고 거주시설 직원들은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인가. 그래서 의사소통이 힘들고 도전적 행동이 심해서 다른 사람들은 지원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을 안전하게 그리고 발달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파악해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인가. 거주시설이, 그리고 거주시설의 직원이 신적 존재가 아닐진데 거주시설에서 가능하면 지역사회에서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문제는 발달장애인이 아니라 지역사회 지원체계가 아닌가.

굳은 연대만이 우리 발달장애자녀도, 우리도 살길이다

솔직히 서울시가 아무리 중앙정부보다 그리고 타 광역시도 보다 앞서서 탈시설 및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체계를 구축하려는 정책을 펼쳐 왔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발달장애인 특히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탈시설 하거나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자립생활을 하기에는 그 지원체계가 턱없이 부족하다.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로서 이제 우리 모두 솔직해지자!! 우리의 발달장애자녀가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든 그리고 우리가 탈시설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우리가 잠 못 이루면서 피눈물 흘리며 고민하는 것이 우리 자녀의 발달장애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살기 힘든 것인지 아니면 이 사회가 외면하고 그래서 지역사회 지원체계가 열악해서 우리 자녀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어서 거주시설이 필요한 것인지. 이제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끼리 서로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녀의 인권을 무참히 짓뭉개면서 막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서울시장에게 우리 자녀도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만들라고 강력히 요구하자. 우리의 요구가 관철 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자. 우리의 연대만이 우리의 자녀의 권리와 삶을 보장할 수 있다.

*에이블뉴스는 각 단체 및 기관에서 발표하는 성명과 논평, 기자회견문, 의견서 등을 원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재를 원하시는 곳은 에이블뉴스에 성명, 논평 등의 원문을 이메일(ablenews@ablenews.co.kr)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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