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청와대의 주요연설을 중계하거나 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할 때 농인(聾人)의 실질적 정보 보장을 위하여 수어통역을 제공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지난 8일 내놓았다.

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맞아 대국민 특별연설이 있었다. 당시 연설을 생중계한 방송사는 지상파방송사 등 12개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 5개(KBS, MBC, SBS, MBN, KTV) 방송사만 수어통역을 제공했다.

농인들이 수어통역이 있는 방송만을 봐야하는 등 선택권에 제한된 것이다. 또한 방송사마다 배치된 수어통역사들의 수어표현이 조금씩 달라 연설 내용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낳을 우려도 있었다.

즉,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올바르게 시청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를 올바로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더 나아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연설이나 영상에도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농인들에게 제약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우리 단체는 청와대를 차별진정(5월 12일)을 했다. 청와대는 행정전반을 총괄하는 기구로서 “한국수화언어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관련 법률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수어의 권리보장이 미흡하고, 농인들의 정보접근환경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건을 기각했다. 수어통역 제공이 없는 방송사가 있지만 다수가 시청하는 지상파방송사는 물론 공익채널(KTV)에 수어통역이 있었고, 자막 등 다른 수단도 일부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편의 제공을 거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청와대의 책무와 정보권의 측면에서 연설 중계나 홈페이지 동영상 게시 등에 수어통역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청와대가 수어통역을 제공할 일차적 책임이 있고, 청와대 홈페이지의 영상이나 주요 내용을 수어로 농인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더 나아가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언어임으로 농인들의 실질적 정보접근 보장을 위해서 수어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우리 단체는 몇 년 전부터 공공기관의 수어통역사 배치 운동을 해왔다. 대표적인 곳이 정부, 국회, 청와대이다. 다행히 지난해에 정부정책 브리핑 자리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었고, 올해 들어 코로나19 정책브리핑 수어통역사 배치, 국회 기자회견장 수어통역사 배치도 진행되었다.

청와대 수어통역사 배치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는 국정감사에 참석한(2019.10.2.) 당시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정운현)이 수어통역사 배치를 청와대 건의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위가 내놓은 입장표명은 환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청와대에 요구한다. 청와대는 인권위의 입장표명을 받아드려 청와대 춘추관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라. 지정된 통역사가 청와대에서 수어통역을 하도록 하여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과 같이)중계를 하는 모든 방송사에, 같은 내용의 수어통역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수어통역을 하루 빨리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청와대의 소식과 정보를 농인들도 자유롭게 수어로 홈페이지의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단체는 인권위의 입장 표명을 다시 한 번 환영하며, 조속한 수어통역사 배치를 청와대에 요구한다.

2020년 12월 11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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