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이하 지원사노조)는 경기도 의정부시의 B재단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교섭 중간에 지원사노조는 참담한 소식을 접했다. B재단 대표이사는 이 법인 외에도 여러 법인과 단체의 대표 혹은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B재단 대표이사가 자신이 관장으로 복지관에서 여성노동자를 수차례 성추행했다.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 사직을 하려고 하자 중간관리자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노동자를 협박하였다. 이것에 그친 것이 아니다. 성추행을 한 후 B재단 대표이사는 피해자가 예민하여 성추행사건이 생긴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고 신체에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행동까지 자행했다.

이 사실은 피해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여러 언론에는 배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복지관장직 등을 물러났고, 운영법인은 일에 책임을 지고 운영권을 시에 반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사노조는 B재단 대표이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직책을 모두 내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사건 후 B재단이 대표이사가 관장직을 정리하느라고 바쁘다면서 교섭일정 연기를 요청하였을 때 당연히 재단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11월13일 단체교섭 장소에 B재단 대표이사는 여전히 대표교섭위원의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이에 노조는 B재단 대표이사에게 대표이사직을 사임할 것을 요구했으나 B재단 대표이사는 답변을 회피하고, 옆에 있던 사측 교섭위원이 경찰조사 중이므로 무죄추정에 의해서 교섭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격하게 화를 내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노조는 단체교섭에 심대한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성추행 가해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할 수 없기에 B재단 대표이사의 대표이사직 사퇴를 요구한다.

이 사건은 권력에 의한 성폭력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다. 가해자는 직위를 이용하여 성추행을 하고, 사실은폐를 위해 권력을 동원하고, 피해자를 비난하고, 미래의 일자리를 두고 위협했다. 피해자는 성추행을 당하고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배씨가 기분 나빠할까봐 집에 갈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보복이 무서워서 직장을 그만두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뻔뻔하게 잘 살아가는데, 피해자들은 숨고 피하고 고통당하는, 권력에 의한 성폭력의 전형이다.

성추행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B재단 대표이사가 재단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면, 이는 이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 뿐 아니라 직장 내 성폭력으로 고통 받는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두 번의 절망을 안겨주는 일이 된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도 권력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절망감에 피해사실을 고백할 용기를 상실할 것이다.

B재단은 성추행 사실과 교섭이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체교섭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단체교섭의 목적은 사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당당하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성추행 가해자가 단체교섭에서 대표교섭위원으로 버젓이 앉아있는 현실을 용인한다면 단체교섭의 목적 자체를 위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체교섭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노조가 B재단 대표이사의 대표이사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B재단 대표이사는 “딸 같아서” 라고 변명을 하였다고 했다. B재단은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복지사업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딸 같은’ 아동들과 여성노동자들이 다수가 이용하거나 근무하는 곳이다. 성추행 가해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곳에서 아동들에게 안전한 이용시설, 여성노동자들에게 안전한 노동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B재단 대표이사는 대표이사직을 당장 떠나라.

B재단은 배씨의 성추행 감싸기를 멈추고 당장 B재단 대표이사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시켜라.

지원사노조는 B재단 대표이사를 대표이사직에서 사퇴시키고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0년 11월 1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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