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1일, 경기도 평택시 미신고시설에서 한 장애당사자가 맞아 죽은 사건이 보도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5월 14일 각 지자체에 미신고시설 관리 강화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하여, 미신고시설 전수조사 결과를 6월 12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7월 2일 현재에도 보건복지부는 미신고시설 전수조사 결과가 취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전남, 제주에 9개의 미신고시설이 불법 운영 중이며, 그 안에 49명의 장애인이 수용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그동안 강제노역, 폭행 등의 미신고시설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되어온 점을 감안하면 전국에 9개소뿐이라는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 관리감독 책임의 주체인 지자체가 미신고시설 현황을 제출하는 그 자체가 모순이기에 소극적으로 조사하거나, 결과를 은폐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복지부는 5인 이상을 미신고시설 중점 관리대상가구로 보고 있으나, 본 조사 결과 2명의 장애인이 수용된 미신고시설도 발견되었다.

복지부는 5인이 아니라 2인 이상의 장애인 수급자가 거주하는 가구 리스트를 확보하고 실제로 현장조사를 통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1997년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으로 시설 설립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사회복지시설로서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미신고시설은 그동안 종교공동체, 생활공동체라는 미명으로 존재해왔다.

이들은 정부의 예산지원이 안 된다는 핑계를 대며,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당사자 수급비와 가족에게 후원금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우리 아니면 어딜 가겠느냐’며 장애당사자와 가족에게 갑질을 해왔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행하는 2020년 장애인복지시설 사업 안내에 따르면, 미신고시설은 발견 즉시 폐쇄되어야 하며, 운영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그럼에도 미신고시설이 그동안 어떻게 법망을 피해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 장애당사자와 가족은 왜 지역사회에서 추방당하고 불법시설을 찾아헤매고 있는가.

우리는 정부가 2002년 당시 1200여 개의 미신고시설에 대해 양성화정책으로 시설 신고요건 및 시설장, 직원의 자격요건을 유예시키며 사회복권기금으로 수백억 원을 투여했던 예산 낭비를 기억한다.

2005년 7월에 종료되었어야 할 신고유예기간을 2009년 12월까지 연장했던 봐주기 정책을 기억한다. 2010년, 여전히 존재하는 미신고시설의 인권유린 실태를 보고도 폐쇄가 아니라 신고시설로 전환을 유도하여 법망에서 관리해야 한다던 복지부의 입장을 기억한다. 그리고 매년 법정 장애인거주시설의 범죄사건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공식입장과 대책을 내놓지 않은 복지부의 행태를 기억한다.

2020년에도 장애인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시민권을 박탈당한 채 여전히 법정시설 또는 미신고시설에 수용되어 있다. 비인간적인 시설수용의 역사는 이제 단절해야 한다. 미신고시설이 존재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애인수용시설이 더 이상 유효한 정책이 아님을 선언하고 더욱 탄탄한 지역사회 기반의 사회서비스 구축을 약속해야 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미신고시설 9개를 즉각 폐쇄하고 엄중히 처벌하라! 신고전환 유도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면피이며, 경찰 수사는 부차적인 범죄행위 확인에 불과하다. 신고전환 시도를 중단하고, 수사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즉각 폐쇄조치 권고하라!

하나, 미신고시설 거주장애인 49명에 대해 즉각 탈시설 지원계획을 수립하라! 이들은 불법시설에서 최소한의 서비스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인권침해 피해에 노출되어왔다. 자립주택 및 지원주택으로 즉각 이전하고, 피해회복을 포함한 개인별탈시설지원계획을 수립·이행하라!

하나, 개인운영시설을 포함한 실질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하라! 개인운영시설은 미신고시설의 전신이며, 평강타운 역시 미신고시설 사랑의집 옆에서 버젓이 운영되어왔다. 개인운영시설 인권실태전수조사와 함께 2인 이상의 동일보장가구원이 아닌 채 거주하는 가구에 대해 실질적인 조사를 실시하라!

2020년 7월 2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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