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한 시절, 믿기 힘든 참담한 소식이다.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이어 두 건이나 발생했다. 전라북도 전주의 40대 아버지가 지적장애 1급 아들을 살해한 뒤 자살한 사건, 경기도 여주에서 50대 어머니가 지적장애 2급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피해자들은 각각 17세, 26세에 불과했다.

암 투병을 하던 아버지의 고통, 오롯이 부모에게 짊어진 부양의 짐을 이해하지 못하는바 아니다. 이것이 사회적 살인이라는 점에 백번 공감하며, 오죽 했으면 그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을지 짐작하지 못하는바 역시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 피해자의 심정은 어떠한가. 우리는 이에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가.

사랑하는 아버지, 매일 눈뜨면 곁에 있었던 어머니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했을 자식의 생명을 앗아갔다. 피해자가 어떤 공포를 느꼈을까. 그들은 무엇이라 말했을까. 피해자들의 잘못은 그저 장애를 가졌다는 것 한 가지였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지병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자 남은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지적장애 1급 장애인인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새벽 시간 잠자고 있던 피해자의 머리를 망치로 세 차례나 내려치고 목을 졸랐다. 피해자는 사망했고, 가해자인 아버지는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무방비 상태에 있던 자녀를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었지만, 가해자인 아버지는 그대로 풀려난 것이다.

끊이지 않는 부모의 장애인 살인 사건에 있어 우리는 가정의 비극, 부모의 희생 그리고 사회의 책임에 주목하면서도 피해자인 장애인의 인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피해자의 생명권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장애를 가졌다면, 그리하여 다른 사람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삶을 부정당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자녀는 부모의 것이 아니고, 장애가 있는 자녀의 삶 역시 부모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사건의 본질이 살인임을 엄중히 지적한다. 그 동기가 무엇이건, 장애가 살인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는 가해자가 부모나 형제·자매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으며 살인은 엄히 처벌받아야 할 중대한 범죄임을 사회 전체가 인식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이러한 사건은 반복될 것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 가족이 온전히 짊어져야 했던 부당한 부담과 사회 안전망의 부재에 공분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이라는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 역시 경계한다. 피해자의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피해가 가해자에 대한 이해와 동정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았던 피해자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이러한 죽음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것이 살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6년 11월 28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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