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법원의 한 판결이 신문지면과 언론사 홈페이지를 메웠다. “40대 장애아들 살해 뒤 자살 시도한 70대 아버지... 집유... 법원의 선처” 그리고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냈지만 “다수가 집행유예 의견”을 냈고, 법원도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미담유의 기사였다.

그러나 그 어느 언론 하나 아버지가 아들을, 그것도 지적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40대 장애아들을 천륜을 거슬러 둔기로 가격하고 목을 졸라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면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저 늙어 가는 자신의 처지 비관에 따라 가족을 걱정하여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고만 한다. 그래서 아들을 죽였다고만 한다.

과연 이것이 다일까? 이것이 천륜을 거스르는 살인의 이유였을까? 이것으로 우리는 이 사건을 잊어버리고 평소처럼 생활하고 편안히 잠잘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잠자겠다고 이불을 펴고 누운 우리도 공모자나 다름없다. 정의롭고 관대한 법이 정해놓은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의 살인 행위를 묵인하고 동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의롭고 관대한 법은 ‘부양의무제’를 명시하고 있다. 부양의무제는 부모나 자녀가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그들에게 장애를 가진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한다. 부모가 부양의무자로 있으면 장애인 자녀가 성인이 되어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 결국 빈곤은 대물림되고 가난의 책임은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된다.

장애가 있는 가족이 수급권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애인가족들의 안타까운 죽음들이 있다. 그 죽음에 대해서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 ‘법이 그러하다’라는 메아리만 돌아온다. 부양의무제라는 잘못된 제도가, 정의롭고 관대한 법이 장애 가족을 죽이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죽여라, 그러면 네가 살리니. 정의롭고 관대한 법이 너희를 선처할 것이니”

비극의 가해자를 선처하는 것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의 의무를 다 했다고 할 수 있는가? 부양의 책임을 다 하지 못 해 벌어지는 참극을 수수방관하는 것 아닌가? 박근혜정부는 복지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참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

가족이 가족을 죽이고, 또는 부양의 의무를 견디다 못 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야마는 참극의 릴레이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 참극의 진짜 범인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는 것만이 바로 비극의 역사를 끝낼 수 있는 제도적 판결이다.

2015년 8월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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