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영화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다. 이 영화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의 속편으로 설 연휴 동안 전국 814개 상영관에서 122만 9천 126명의 관객이 관람하였다(영화진흥위원회, 2015.2) 한다.

문제는 영화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시각장애인 행세를 하는 ‘악사’에게 ‘소경’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영화의 배경이 정조가 재위하던 조선이니 역사적인 분위기를 내려 시각장애인을 그렇게 지칭하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국적이며, 신분을 뛰어넘은 여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 역사적 배경은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영화의 중심인물들이 ‘노비’이면서 ‘어린이’, 더 나아가 힘이 없는 ‘소녀’들이다. 이러한 문제를 부각하려 신분질서가 엄격했던 시대임에도(당시가 혼란기라고 해도) ‘누구나 평등하다’는 주인공의 말도 자주 나온다.

즉, 이 영화는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노비 신분의 소녀’들을 구출한다는 설정을 통하여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닌 사회에 메시지를 전해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소경’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언론인 등 대중매체에 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언론 등 미디어의 영향력이 큰 만큼 잘못된 용어로 장애인의 차별이 조장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서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의 대상에 인기를 끌고 있는 ‘조선명탐정’도 경고의 대상에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문제를 차별 진정할 것이다.

이런 차별진정 절차와 별도로 ‘조선명탐정’ 제작진들은 반성하여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끌어오면서(오락의 요소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비하할 수 있는 ‘소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말이다. 제작진의 낮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으로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더 나아가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을 말이다.

또한 이러한 것들을 바로보지 못하는 영화진흥위원회 등 당국도 반성을 하여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비하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는 당국도 ‘조선명탐정’ 영화를 만든 제작진과 별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깊이 반성해야 한다.

2015년 2월 21일

장애인정보문화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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