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연이은 무죄 판결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과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대전 지방·고등법원을 강력 규탄한다.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 판결에 있어 “성폭력 피해 자체가 존재하였을 개연성은 인정”하면서도 가해자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인 범행 일시,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적장애인 성폭력 가해자에게 연달아 무죄 판결하고 있다.

2013년 8월 14일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은 대전 00교회 장애인부서 담당 전도사가 지적장애 여성을 모텔로 유인하여 성폭력 한 사건에서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은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으나, 범행 일시와 장소는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라고 판시하여 원심 4년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이어 지난 4월 30일 대전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심, 재판장: 김용덕)는 피해자가 다니던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시설장의 남편인 운전기사가 봉고차 뒤 좌석에서 피해자를 때리고 입과 항문에 유사강간 후 “엄마에게 말하면 혼난다.” 고 협박한 사건에 대해 원심 재판부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공소사실 기제와 같은 추행 행위가 존재하였을 개연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범행일시, 장소 등 피해감정과 상관없는 객관적 요소에 관하여 사실에 부합하는 정확한 진술을 하고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고 판시하면서 무죄 선고하였다.

또 대전지방법원 제 11형사부(재판장 송경호)는 현재 재판 중인 친부에 의한 지적장애아동 성추행 사건에 있어서도 범행 일시, 장소 특정을 요구하고 있어 이 또한 무죄판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2011년 9월 영화 도가니 상영으로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일었고, 이로 인해 성폭력특례법 개정이 이루어져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항거불능에 대한 해석을 개인의 장애상태나 정도와 함께 피해자를 둘러싼 사회 환경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여야 함에도 여전히 피해자의 장애특성을 이용하는 가해자의 범행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

성폭력특례법 개정으로 장애인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이 높아짐에 따라 재판부는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강화하여 지적장애인 피해자에게 구체적이고 정확한 피해내용과 일시, 장소특정을 요구한다.

특히 지적장애 특성상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고 스스로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진술 일관성과 신빙성을 강요하여 결국 피해자는 2차 피해를 당하게 되고 가해자는 무죄로 풀려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법원은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 재판 시 지적장애 특성을 적극 고려, 반영하여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기 어려울 만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거나 피해에 상응하는 감정을 지속적으로 표출하는 등의 경우 진술내용을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일관성,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또 숫자개념의 부족으로 시간의 선후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범행의 일시, 장소 등을 기억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에 대해 지적장애 특성으로 인정, 수용하고 가해자의 범행의도와 피해자의 장애를 이용하여 성폭력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판결하려는 법원의 태도도 상당하다.

이처럼 지적장애 피해자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법원의 판결들이 다수 있음에도 대전 지방․고등법원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범죄구성요건에 맞는 진술을 끝까지 요구하고 판사의 상식과 경험칙에 맞지 않으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결은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피해 이후 성폭력 피해자들은 바깥 활동을 못하고 집에만 있고, 3년이 지났음에도 봉고차만 보면 두려움에 벌벌 떨고 피해 당시 고통에 눈물 흘리며, 친부인 가해자를 피해 보호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등 평생 씻을 수 없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성과 권익을 보호해야 할 대전지방․고등법원은 지적장애인 성폭력 특성에 대한 무지, 인권의식 결여로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과 눈물, 억울함은 외면한 채 명백하게 장애인의 성을 유린하고 삶을 짓밟은 가해자의 방어권은 철저히 보장하고 옹호하여 무죄 방면함으로서 계속적으로 장애인의 성과 인권이 유린당하도록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법원의 한심한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연이은 지적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무죄 판결을 엄히 규탄한다.

대전 지방·고등법원은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반 인권적이고 편협한 판결을 반성하고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며,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 특성에 맞는 판결 기준을 마련하고, 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처벌 할 것을 촉구한다.

대전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등 187곳

2014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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