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소녀를 성폭행한 가해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하라!!!

최근 청주에서 발생한 지적장애소녀 성폭력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로 인해 세간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친할아버지(87)와 큰아버지(57), 작은아버지(42) 등 3명이 8년 동안 지적장애가 있는 열여섯살 소녀를 번갈아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사건인데, 재판부가 가해자들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으며, 또 다른 작은아버지(39)에게는 범행 가담 정도가 적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것이다. “피고인들이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웠고,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에 비춰 앞으로도 이들 피고인의 지속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보호와 양육의 책임이 있는 친족들에게 번갈아 성폭력을 당한 것도 모자라 그러한 만행이 만천하에 공개된 이후에도 계속 그들의 관심과 도움을 받으라는 재판부의 판결에 우리는 또다시 분노하다 못해 망연자실해고 말았다.

지적장애소녀를 성폭행한 가족은 더 이상 가족이기를 포기한 패륜집단이자 폭력소굴이다. 그들은 양육을 할 수 없는 부모를 대신해서 피해자를 키워온 것이 아니라 보호라는 미명하에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한 것이므로 엄중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재판부는 그들을 엄중처벌하기는 커녕 이제까지 키워온 공을 내세우고 고령과 지병을 고려해 경미한 처벌을 내리는 자비를 베푼 것이다. 피해소녀는 결국 이번 판결로 인해 가해자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체 재판부는 무엇하는 곳인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이 재판부의 할 일인가. 극악무도한 범죄를 엄중처벌해 다시는 이러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본연의 임무임을 망각한 재판부는 가해자들 못지않게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성폭력은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피해자의 주변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지적장애소녀와 같은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그로 인해 단기보호기간이 끝나면 결국 제2, 제3의 인권유린의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해소녀를 가해자들이 우굴거리는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가족의 패륜을 넘어 사회적 범죄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사회가 허약한 가족 시스템에 의존해 사회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방기할 것이 아니라 피해소녀가 패륜가족의 소굴로부터 벗어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자립생활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가 공동의 책임을 통감하고 장애여성 및 여아가 인권유린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 튼 수 있는 세상을 앞당기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를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2008년 12월 1일

서울DPI / 장애여성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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