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 양경자 이사장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 중증장애인 가족지원 방안연구 공청회 장면. ⓒ에이블뉴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9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9월은 장애인고용촉진의 달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연이어 개최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그 행사들을 거부하겠다고 합니다. 바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양경자 이사장 때문입니다. 정권의 낙하산으로 내려온 양 이사장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자격이 없다는 것이 장애인들의 입장입니다.

중증장애인 가족지원방안연구 공청회가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이정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관해 마련된 자리였는데요. 이 공청회에 양경자 이사장이 참석했습니다. 양 이사장과 마주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은 양 이사장이 공청회장에서 나올 무렵, 쫓아가서 자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바쁜 걸음으로 국회의원회관을 빠져나가는 양 이사장을 쫓아갔지만, 양 이사장은 아무런 답변도 없이 이내 사라졌습니다. 한나라당 실세들마저 양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를 촉구했는데도, 양 이사장은 스스로 물러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고용공단 사태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9월 3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본부에서 열리는 장애인고용촉진대회, 9월 6~9일 서울올림픽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제27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와 2010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는 그야말로 파행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측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이콧과 실력 저지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마찰이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장애인계로선 큰 손실입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충돌하는 모습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9월 곳곳에서 진행되는 캠페인 행사들이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자리가 돼서는 절대 안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장애인언론 기자로 일하면서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장애인 난제들이 해결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밤낮없이 일하고 발바닥이 닳도록 현장을 뛰면서 장애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분투하는 장애인당사자들과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그 변화의 주역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양성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다른 유형의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다른 성향의 단체에 대해서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장애인계가 똘똘 뭉친 사례로 기억되고 있지만, 단체간 이해 다툼으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흔들린 적도 있습니다. 대형 장애인연합단체간 대립과 반목 혹은 통합 이슈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기도 합니다.

장애인운동의 기본은 다양성의 존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애인은 유형별로 욕구가 천차만별이고, 장애 정도에 따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유형의 장애인이라도 장애 정도에 따라서 차이가 엄청납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찌 장애가 없는 이들에게 장애가 있는 이들을 이해해달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다양성 인정하는 문화, 그 문화의 확산에 장애인운동의 현재와 미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 공통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양경자 이사장 사태에 대해서는 전례없이 장애인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일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곳이 있지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이 한목소리로 양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하는 지점입니다. 더욱이 이 단체들의 의지가 전례없이 결연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태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고 한나라당 실세들마저도 양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양 이사장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 사태의 끝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간브리핑을 2주째 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에이블뉴스 취재팀장으로서 마지막 주간브리핑을 쓰고 있습니다. 더 이상 에이블뉴스 기자로서 기사를 쓰지 못하게 됐지만 어떤 자리에 있든 장애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치 않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장애인 문제가 해결될 즈음이면, 어쩌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난제들도 해결돼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장애인 문제는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인데요. 장애인 문제는 항상 마지막이어야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지기를 바랍니다. 다시 말해보겠습니다. 장애인 문제부터 풀다보면 우리 사회의 난제들도 함께 풀려갈 것입니다. 이렇게 풀기 어려운 장애인문제도 풀 수 있는데, 다른 과제들도 풀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우선순위를 바꾸지 않았다면 지금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소 기자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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