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첫 출전만에 4강 신화를 이뤄낸 우리나라 휠체어컬링대표팀의 경기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이번 주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이 크게 논란이 됐습니다. '회피 연아' 동영상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소 행위를 두고, 네티즌들이 맹비난을 퍼부었는데요. 어찌됐든 밴쿠버동계올림픽 이슈가 계속되고 있는 것인데, 그 이슈가 매우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에 반해서 지금 밴쿠버에서는 진행되고 있는 또 하나의 동계올림픽 ‘밴쿠버동계패럴림픽’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장애인올림픽을 영문 표기로는 패럴림릭(Paralympics)이라고 부릅니다. 패럴림픽은 지난 1976년 스웨덴 외른셸스비크에서 처음 열렸고, 4년마다 한 번씩 열리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오는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다면, 동계패럴림픽도 반드시 개최해야합니다.

우리나라가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출전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번처럼 25명이라는 대규모 선수가 출전한 것은 이번에 처음입니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 때만 하더라도 알파인스키에 단 3명이 출전했을 뿐입니다.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장애인체육 업무가 복지부에서 문체부로 이관되고, 문체부 내에 담당부서가 생기는가하면 민간기구인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적극 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국민들은 아직 동계패럴림픽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국민들에게 동계패럴림픽에 관심을 더 가져야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강요한다고 관심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회피 연아'와 같은 식의 빅이슈는 원하지 않지만, 밴쿠버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한 장애인 국가대표들의 소식이 빅이슈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번 동계올림픽처럼 많은 메달을 따내면 될까요? 지난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0개, 은메달 8개, 동메달 13개를 따내면서 13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국민들에게 각인이 되지 못했습니다. 메달을 많이 따내는 것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해보입니다.

스포츠중계는 생중계가 생명입니다. TV 우측 상단에 ‘live’라는 글자가 새겨있지 않은 스포츠경기는 매력 빵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모습은 생중계로 볼 수 없습니다. 독점중계권을 가진 SBS는 개회식은 생중계했지만 정작 선수들의 경기는 하이라이트만 편집해 매일 낮시간(2시~4시 사이)에 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방송사들의 행태를 보면 사실 이 정도도 파격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동계패럴림픽을 이 정도로 많이 중계한 적은 없었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중계할 선수조차 없었던 것이 우리 현실이었습니다. SBS가 이번에 좀 더 파격적으로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생중계했다면, 장애인체육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았을 것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개선도 큰 신장을 이룰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SBS는 장애인 역사를 새로 쓰는 아주 좋은 기회 하나를 놓치고 만 것입니다.

지금 한창 스포츠 빅이벤트 독점중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SBS에서 동계올림픽에 이어 코앞으로 다가온 남아공월드컵도 독점 중계하겠다는 계획이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습니다. 이 논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할 것인가입니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것도 같이 논의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밴쿠버에서는 휠체어컬링팀이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예선 풀리그가 마무리됐는데, 우리나라가 4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비장애인 경기에도 컬링 종목이 있지만,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이 쓰지 못한 올림픽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스키종목의 유일한 올림픽 메달도 장애인이 따낸 것입니다. 지난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패럴림픽에서 알파인스키 한상민이 따냈습니다.

지난 16일 KBS 2TV 퀴즈프로그램 <1대 100>(화요일 8시50분 방송)을 보게 됐습니다.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쓸쓸한 인생>의 큰형님 김대희 씨가 첫 번째 도전자로 나왔습니다. 깜짝 놀란 것은 5단계 문제가 바로 동계패럴림픽 관련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밴쿠버장애인패럼림픽 정식종목이 아닌 것은 무엇인지 찾은 질문이 나온 것인데요. 보기로는 ①루지 ②알파인스키 ③바이애슬론 등 3가지가 제시됐습니다.

루지와 알파인스키 중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확신을 갖지 못한 김대희 씨는 결국 찬스를 썼고, 퀴즈군단으로 출연한 한 출연자의 도움을 얻어 정답인 1번 루지를 맞힐 수 있었습니다. 5단계 문제로 출제된 이 문제에서 생존자 64명 중 44명이 틀리고 말았습니다. 동계패럴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매우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였습니다.(물론 동계올림픽 종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와 동시에 동계패럴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도 찾을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바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동계패럴림픽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1대 100> 프로그램에 동계패럴림픽 문제가 나온 것은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동계패럴림픽이 지금 열리고 있다는 사실과 정식종목으로 어떠한 것이 있는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지난 17일 밴쿠버의 영웅 이승훈 선수가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휠체어컬링팀이 이번에 금메달을 따낸다면, 예능프로그램에 섭외될 수 있을까요?

휠체어컬링팀이 꼭 금메달을 따기를 바랍니다. 일단 메달을 따야 그나마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금메달을 따야 더욱더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왜 금메달 따는 장면을 생중계하지 않았느냐고 국민들의 반응들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이렇게 문제를 풀어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1일 꼭 금메달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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