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회 회의실에서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보건복지가족부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를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주간브리핑을 쓰기 위해 전체기사 목록에 들어가봤습니다. 과연 1주일에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올라갔는지 갯수를 세어보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총 122건이더군요. 하루에 20건이 넘는 기사가 생성되고 있는 셈입니다. 누가 장애인계를 좁다고 했나요? 장애인계는 넓고, 써야할 기사는 너무 많습니다.

오늘 자로 국정감사가 종료됩니다. 에이블뉴스가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20일간의 국정감사 기간동안 보도한 기사도 세어보았습니다. 100건에서 3건이 모자르는 97건이더군요. 에이블뉴스 메일함에는 아직 기사화하지 못한 국감자료들이 많이 있는데 말입니다.

아! 공식적으로 국감은 오늘로 종료가 되지만, 오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합니다. 20일 동안 못다한 몇몇 기관에 대한 국감이 다음 주에 진행되는 것입니다. 김양원 비상임위원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니 관심 놓치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국감 기사를 일일이 소개하는 브리핑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국정감사제도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기사에 나지 않는 국감 이야기를 몇 가지 해봅니다.

어제 국감을 취재하러 차를 몰고 국회에 진입하려다 낭패를 당했습니다. 국회 직원들이 주차공간이 없다고, 차를 회차시키더군요. 밖에 주차하고 들어오라고 말입니다. 취재하러왔으니 들여보내달라고 해도 예외는 있을 수 없다며 차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기자실도 마찬가집니다. 공개브리핑실인 정론관에는 자리가 없어 이른바 '메뚜기' 기자도 목격되더군요. 자리가 없어, 잠시 자리를 비운 기자의 노트북을 살짝 옆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서 기사를 쓰는 '메뚜기'말입니다.

전문지 기자 입장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국감 풍경들입니다. 에이블뉴스와 같이 국회에 기자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차량등록도 되어 있지 않는 마이너(?) 언론사의 경우는 매년 국감 때마다 그야말로 취재 전쟁을 하게 됩니다. 이는 피감기관 현지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간혹 '등록되어 있지 않은 기자는 노트북을 빼라'는 협박성 발언도 듣게 됩니다.

그래도 기자들은 어떻게든 취재에 성공해 꿋꿋하게 기사를 써 내게 되죠.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기자들의 신세 한탄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국감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국감 이슈들을 잘 살펴보면 지난해 국감에서 나왔던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장애인고용장려금, 중증장애인 고용확대방안, 웹접근성 실태, 장애인생산품 구매 실적, 각종 정책의 예산 부족 등 너무나 익숙한 이슈들입니다.

왜 그럴까요? 국감을 통해서 그렇게 호되게 지적을 했건만,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국감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국회의원들이 말솜씨 자랑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잘된 것은 귀감으로 삼아서 새로운 정책적 비전을 찾자는 것일 텐데요. 아무리 지적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애인당사자 입장은 또 다릅니다. 당사자의 시선으로 봤을때, 국회의원들이 정파 싸움만 하고, 현장과 동떨어진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공부 좀 하라'는 성토가 끊이지 않습니다. 장애인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국감 준비를 했다거나, 비판만 있고 대안은 없다거나하는 불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쯤되면 국감 자체가 바뀌어야할 것 같습니다. 단지 1년에 20일 국감을 치러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장애인계와 국회의원들이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고, 국회의원들과 피감기관들도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서 상시적인 국감 체제로 전환을 해야할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결론이 아닙니다. 지난 24일자로 국회운영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국정감사제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는데요, 이 중 하나의 결론이 연중 상시국감 체제 구축이었습니다. 당시 언급됐던 상시국감체제는 상임위원회별로 연중 30일이내에서 자율적으로 국감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요약되는데요.

이렇게 상시국감체제가 완성되려면 장애인단체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장애인당사자와 국회의원, 피감기관 등이 소통할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해줘야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서 국회의원이 잘못한 점은 지적하고, 잘한 점은 격려할 수 있는 장애인단체가 되어야할 것입니다. 지적된 사항을 정부부처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는 국회의원들과 협조 체계를 구축해 대응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최근 일련의 흐름들을 보면 장애인단체들이 마치 장애인 국회의원들을 성역처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장애인 국회의원들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단체들이 없으니 말입니다. 국회의원들도 섭섭하다고 말하지 말고, 쓴소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크게 열어야할 것입니다.

지적만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칭찬할 부분은 칭찬을 해야겠지요. 이번 주 사법고시 2차 시험에 합격한 시각장애인 최영씨의 소식은 우리를 기쁘게 했습니다. 최씨를 사례를 기반으로 한 박은수, 나경원 의원의 국감질의도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두 의원의 질의로 근로지원인과 장애인정책관, 보조공학, 장애인도서관시스템 등 정책적으로 풀어야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장애인단체들의 피드백이 없었다는 점이 흠입니다.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성명과 논평을 통해서 곧바로 반응을 보여줘야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의 장애인생활시설 사망실태 질의에 대한 반응들을 긍정적이었습니다. 이제 복지부가 지적 받은 문제에 대해 과연 어떻게 개선책을 찾아내고, 실행하는지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끝으로 개편 소식을 전합니다. 에이블뉴스 개편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화제가 되고 있는 블로그 글을 메인화면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검색 속도를 높이는 작업도 있었습니다. 계속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에이블뉴스 이용에 불편한 점이나 개선해야할 점이 있다면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소 기자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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