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언론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장애인연금제도 도입으로 인한 장애재판정 비용을 지원한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기사의 내용은 저소득층 지체, 뇌병변장애인 1만 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10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지체, 뇌병변장애인에게만 지원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내 아들도 금년 25세로 최중증이라 복지관에서 조차 프로그램 이용을 거부해서 집에서 24시간 아내에게 고통만 안겨주고 있고, 아내의 고통과 짜증은 무더위의 불쾌지수만큼이나 높아가고, 이로 인해 우리 가정은 항상 폭풍전야와 다름없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반대했던 장애인연금제도가 7월부터 시행된다고 해서 아내는 동주민센터를 방문해서 서류를 접수 시켰더니 연금대상자에 해당되니 재진단을 받으라고 해서 가까운 대학병원을 방문해서 지능검사를 신청했더니 대기자들이 많아서 보름 후에나 가능하고, 지능검사비용 15만원을 현금으로 가지고 오라고 했단다. 접수비용 등이 2만원을 넘게 지불됐고, 지능검사비용 외에 얼마나 더 비용이 소요될 지 알 수가 없지만, 전체 진단비용은 20만원이 초과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소득 가정에서 20여만 원의 재진단 비용은 과중한 부담이 아닐 수 없으며, 이 비용이 없어서 연금신청을 할 수 없는 지적, 자폐성장애인과 중증, 중복장애인들이 얼마나 발생할 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았는가? 10억 원쯤 더 예산을 배정해서 다른 장애영역에도 지원할 수는 없었는가?

장애인 중에서는 줄기차게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요구를 들어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수혜폭이 늘어나고 있지만, 스스로 권리주장을 할 수 없는 지적, 자폐성장애인과 중증, 중복장애인들은 수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정치인과 공직자들조차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이들의 복지는 동결내지는 퇴보를 하고 있다. 9년 전에 위에 거론한 대학병원에 내 아들의 장애재진단 신청을 했더니,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는 답변에 그 이유를 물으니, 이 병원에는 지적, 자폐성장애인 판정을 위한 지능검사도구는 물론, 전문가가 없어서 외부에서 초빙해야 하기 때문에 금방 진단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다른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은 적이 있으며, 이번에도 지능검사 비용으로 현금 15만원을 가지고 오라고 하는 이유는 9년 전의 상황과 같지 않은가 추측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현실을 알고 장애재진단을 요구하는 지 알고 싶다.

동주민센터에서 장애재진단 통보를 받은 후, 대학병원에 접수를 하고 있었는데, 국민연금공단에서 전화가 와서 재진단을 빨리 받으라고 독촉을 했다고 하는데, 현장의 이런 현실을 알고 전화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장애인편은 아무도 없고 오직 장애인에게 복지혜택을 축소하겠다는 야욕에 가득 찬 공직자들만 존재하고 있다.

이 글이 자칫 지체, 뇌병변장애인들에게 지원되는 재진단비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없기를 바란다. 모든 장애인들에게 골고루 지원해서 저소득 장애인 가정의 부담을 덜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쓰는 만큼 추호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보건복지부는 대학병원에서 지능검사 비용을 왜 현금으로 납부하라고 하는 지 반드시 규명하기 바란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재진단 취지는 어떤 형태로든 장애등급을 하향 조정해서 복지를 축소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인정할 수 없다.

물론, 부정한 방법으로 장애진단을 받아서 각종 복지를 수혜하고 있는 파렴치한 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처럼 의사와 결탁해서 가짜 장애인이 등록된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자들은 발본색원해서 법에 의해 처벌하면 그만이지 왜 정당한 절차를 통해 받은 장애진단을 다시 받게 하는가? 장애인들의 재진단 집단반발은 당연히 이유가 있다.

위에 거론한 것처럼 대학병원에서 장애진단이 이 정도 수준인 데, 중소병원의 수준은 어떻겠는가? 장애인등록이 시작된 초기에는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은 오히려 장애등급을 1급으로 진단할 장애인이 2급이나 3급으로 판정된 장애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의사가 중증으로 진단받으면 부모님들이 속상하니 3급으로 진단해 줬다고 한다.

병원에서 이런 현실에서 진단된 서류를 가지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장애판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서류심사만으로 재판정을 한다면, 과연 그 판정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재진단은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장애인이 참여해서 판정을 받아야 개관적인 판정이 내려질 수 있다. 장애재판정에서 상향조정도 있을 수 있고, 하향판정도 있을 수 있지만, 왜 하향판정이 훨씬 많은지는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장의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장애재판정에 대한 정책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과 부모들의 재판정 반발은 당연히 수용되어야 하고, 연금신청으로 인한 재판정 비용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부담하여 장애인 가정의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함을 특별히 강조한다.

한 사람의 장애인 부모의 의견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이 땅의 모든 장애인과 부모들의 공통된 생각과 현실임을 직시하라. 그리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왕이면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서 지적, 자폐성장애인과 중증, 중복장애인들에게도 재판정 비용을 지원해 줄 것을 건의한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 권유상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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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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