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bs홀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이현미

장애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콘서트 관람을 위해 부산 KBS 홀을 찾았다. 예전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계단이나 출입문, 화장실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었는데 어제 KBS홀에 가보고는 정말 화가 날 정도였다.

KBS가 최근 장애인 아나운서 선발이라는 공적책무를 다하면서, 공영방송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일을 하는 등 장애인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방송을 통해 들었다.

그렇지만 요즘 인기 있는 김동욱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찾은 KBS홀은 실망스러웠다.

R석의 경우 너무 비싸서 S석 정도면 잘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예매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콘서트 장을 찾았다.

공연시작 1시간 전쯤 도착을 해서인지 장애인 주차구역이 2개 정도는 남아있어서 편리하게 주차를 하고 건물내부로 들어왔다.

건물내부로 들어오는 과정을 잠깐 소개하자면,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램프시설이 너무 비좁아 보였다. 타고 다니는 휠체어의 경우에는 넓이가 좁은 수동형 특수휠체어로서 출입이 가능했지만 전동휠체어의 출입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다른 출입구도 모두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램프를 통해야만 계단이 없는 이동 통로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램프 넓이를 더 넓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내부로 들어와서 예매된 좌석을 확인했다. 다행히 2층 첫 번째 열이라서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2층으로 올라가려 했더니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이용 할 수 없다고 했다.

담당자를 찾아서 사정을 얘기했더니 본부에 연락을 해서 엘리베이터는 열어주었다. 그러나 2층을 올라가보고는 너무 기가 막혔다.

2층의 구조는 휠체어 출입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었고 비좁은 계단이 ㄱ자 모양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를 들 수도 없는 구조라서 생전 처음 보는 다른 남자에게 업혀서 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연담당 관계자를 다시 찾아서 업히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냐, 아니면 휠체어 전용좌석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런 전용좌석은 없었고 또 1층의 R석을 이용할 경우에는 예매된 S석과 공연료가 틀리다면서 차액을 더 지불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좌석을 이용하지 않고 휠체어를 이용하니 좌석 값을 빼주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너무 제 입장만 어필하다가는 같이 간 친구들에게 콘서트를 보러 온 행복감이 줄어들까 염려하여 정말 업히기 싫은 감정을 숨기며 공연 담당 관계자의 등에 업혀 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렵게 자리에 앉고 보니 2시간 넘는 공연 도중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또 그 대형 행사(?)를 치를 수가 없어 참을 수밖에 없었고, 공연이 끝나고 나면 또 어떻게 내려가야 하나 그 걱정으로 공연이 재미가 없고 온 마음은 걱정과 속상함으로 가득했다.

요즘은 야구장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중소형 극장에도 휠체어 좌석이 배치가 되어 있어 편리하게 친구와 가족들이 장애인과 함께 문화공연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KBS에서 운영하고 있는 홀에서 휠체어 장애인좌석 배치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너무한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습니까?

하루빨리 장애인 편의시설이 개선돼 휠체어 장애인의 이용이 편리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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