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을 수화로 낭독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많은 사람들이 수화와 관련한 첫 번째 질문으로 “수화는 모든 나라가 다 똑같은거죠? ” 라는 질문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가 각 국의 음성언어를 사용하듯이 수화 또한 예외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청인들이 수화는 전 세계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각국마다 다르다고 하면 만국공통어로 만들어 쓰면 전 세계 농아인들이 소통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고 조언까지 한다.

나라마다 독자적인 언어를 갖고 있듯 수화 또한 각국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수화도 역사적,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이웃나라인 일본과는 수화의 형태가 유사한 경우도 많지만 각국의 수화는 그 나라의 농아인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성되고 변화되는 과정을 갖게 된다.

어렸을 때 한 때 유행하던 개그시리즈가 있었다. 우리나라 시계소리는 똑딱 똑딱, 일본의 시계소리는 또기노 똑딱 또기노 똑딱, 북한의 시계는 똑이니끼니 딱이야요 - 시계의 초침소리가 똑같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느낌은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개그이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 농아인들이 수화로 대화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해도 각국의 농아인들이 사물에 대해 가지는 감성, 느낌, 표현 방법은 같을 수가 없다.

그러나 농아인 관련 각종 국제대회나 국제회의에서는 국제수화만을 사용한다. 국제수화가 수화인가 아닌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국제수화의 특징은 각국의 농아인들이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수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면 결혼이라는 수화는 손가락에 반지를 끼는 형태의 수화로 표현되고 아기는 아기를 안고 흔드는 형태로 표현되어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제부터는 수화가 만국 공통어 일 것이라는 잘못된 추측을 과감히 벗어던지자.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처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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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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