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예산’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 최종 확정됐다. 국회의원들은 법을 지켰다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장애인거주시설의 중앙환원은 확정되었지만, 기재부의 거부와 국회의 무력함으로 인해 단기거주시설, 공동생활가정의 중앙환원은 실패하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2015년 예산안’에 단기거주시설과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에서 중앙환원을 요구하는 지적이 이어졌고, 문형표 복지부장관도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있다. 특히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도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600억원 증액을 이뤄냈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2015년 예산’에는 보이지 않았다. 중앙환원에 따른 예산 195억원 증액뿐이었다.

사회통합, 정상화, 탈시설화의 장애인복지 이념을 스스로 거스르고 있다는 점에서 “철학과 이념의 부재”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단기거주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의 중앙환원예산을 올리지 않는 보건복지부, 상임위까지 올라간 예산을 국회의원들의 지적에도 삭감시킨 현실.

깊이 생각해 보면 그토록 장애인계가 주장하던 탈시설화와 사회통합을 위한 분야의 예산확보 1순위는 단기거주시설과 공동생활가정, 그리고 지역사회재활시설로 분류되어 있는 주간보호시설이다.

1970년대 영국에는 시설보호의 상대적 개념으로 “지역사회보호(Community Care)”의 개념이 대두 되었다. 이는 시설 중심의 보호에서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보호개념으로 전환된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대규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은 비정상화로 규정하고,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들과 삶을 공유하되 보호가 필요한 사람도 지역사회보호의 개념 즉 주간보호, 단기보호, 공동생활가정, 가정봉사원파견(장애인분야에서는 활동보조서비스나 노인분야의 요양보호사 파견 등)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가 모든 시설을 폐쇄하는 식의 탈시설화를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없다. 하지만 탈시설화를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현재 거주시설에서 인력배치의 변화가 필요하다.

인력배치의 기준은 장애인의 정도와 소규모 시설 위주로 확대하고, 대규모시설은 인력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어차피 대규모 시설은 배치된 인력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현실로 이를 통해 대규모 시설을 소규모 시설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주간보호, 단기보호,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지원 확대다. 이를 통해서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전환을 유도하고, 가정에서도 시설보호가 아닌 지역사회보호 차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사고와 가치관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시설운영자나 장애인을 시설에 입소시키려는 욕구를 가진 사람도 대규모 시설을 운영할 때의 적자현상을 소규모 전환으로 보완을 하고, 소규모 시설 역시 지역사회 보호시스템으로 자발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가정에서 장애인과 함께 거주할 때 서비스의 종류와 양을 확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내년 장애인거주시설의 예산은 오히려 삭감당한 주간보호, 단기보호, 공동생활가정을 1차적으로 중앙 환원하여 지원하고, 거주시설은 소규모 시설을 중심으로 확대 지원하되 대규모시설에는 지원의 규모를 축소해 예산집행이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시설에서 지역사회 차원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에 역행했다.

결국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복지의 주요 이념 즉, 정상화와 사회통합 그리고 탈시설화와 인권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만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연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복지 현장에 있는 장애인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대단히 우려가 된다.

단지 시설을 지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장애인의 인권"의 관점에서 지원을 하는 것임을 정부와 국회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전국장애아동보육시설협의회 이계윤 고문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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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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