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SPC 근로자 사망 사건은 기업이 책임 있는 사회의 중요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단순한 이윤 창출 기계로 행동하면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다수의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기업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한 주체이기 때문에 사회 규범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니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다양한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사회적 규범의 준수 여부가 단순히 도덕적 비난이나 관련 기관의 제재에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업 일탈 시마다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남양유업 갑질 사건이나 현재의 SPC 사건에서 보듯 사회구성원으로서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불매를 통해 이들의 경영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이 있다. SPC 사건의 경우는 비용 절감을 통한 이윤 창출 목적으로 촉발된 사고가 오히려 기업의 이윤 창출을 크게 위협하게 됨을 보여준다.

 

과거의 윤리경영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가능경영, 오늘날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이처럼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실제 기업의 생존 및 번영과도 연결된다는 관찰에서 시작한다.

 

특히 ESG 경영의 경우는 기업의 자본시장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업 및 정책당국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62개국 1,640개 글로벌 상장기업 중 30%의 기업은 ESG 활동에 책임을 지는 공식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해서는 아직 시행 수준이 낮은 편이지만 2025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ESG 거래소 공시 의무화, 2030년까지 전 상장기업의 ESG 거래소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와 같은 ESG의 규범화는 장애인 고용 촉진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장애인 고용은 ESG를 구성하는 3요소, 즉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 중 사회 영역에 해당된다.

 

사회 영역은 ESG 개념이 발표된 초창기에는 환경이나 지배구조 영역에 비해 계량화가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게 인식되었지만 기업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사회 영역이 미치는 영향이 주목되면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SPC 사례나 남양유업 사례에서 보듯 사회적 영역은 환경이나 지배구조와 같은 다른 영역에 비해 사회구성원이 보다 밀접하게, 자기 일처럼 여길 수 있는 현저성이 높은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해 보인다.

 

실제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통해 ESG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어떠한 함의를 지닐까? 장애인이 일을 하는 것에 따른 장애인 개인과 사회, 정책적 효용은 일단 접어두고 순전히 기업 측면에서 바라볼 때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 것인가?

 

글로벌 컨설팅 법인인 엑센추어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장애인을 고용하고 지원하는 데 있어 탁월한 성과를 나타낸 기업은 4년 기준으로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매출이 28% 높으며 순익이 2배, 경상이윤이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장애인 포용을 개선한 기업은 경쟁 기업에 비해 총 주주 성과가 높을 확률이 4배 가량이라고 한다.

 

비록 본 보고서는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ESG라는 세계 공통의 규범을 따르고자 하는 우리 경영 환경에서도 장애인 고용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함과 동시에 기업의 경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유수의 해외 ESG 가이드라인이 장애인 고용을 명시적으로 가이드라인 내에 표기하지 않는데 반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국형 ESG 가이드라인인 K-ESG에서는 장애인고용률을 지표로 포함하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 및 사회가 기업 경영에 있어 장애인 고용을 중요한 과제로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제는 어떻게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통해 ESG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가이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을 포함한 ESG의 사회 영역이 지니는 약점은 지배구조나 환경과 같은 다른 영역에 비해 실제 성과 달성과 성과 달성 방법론에 있어 모호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개별의 노력과 관심도 있어야 하겠지만 장애인 고용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통해 ESG 경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전문지식을 갖춘 기관이 체계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이은영 초빙연구위원이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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