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성원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기원하며, '장애인의 날'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교육부와 교육계 구성원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조선 영조 재위 시절, 청각장애가 있던 서당 이덕수를 오늘날 대통령 비서실장에 준하는 도승지라는 관직을 주어 임금의 심중을 헤아려 계옥을 하게 합니다. 듣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이덕수는 매번 다른 신료들을 대면하는 자리에서 옆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임금이 하문할 것이 있으면 번번이 사관에게 써서 보이게 하였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청나라에 파견되는 이덕수에 대해 다른 신료들이 '청각장애인'임을 이유로 들어 반대하자, 영조는 '외국에 나가면 모두 귀머거리가 아니냐?'며 이를 물리쳤다는 일화가 실록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영조의 배려 덕분에 이덕수는 청나라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었고 출중한 문장력과 높은 식견과 부지런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여러 높은 관직에 훌륭히 역임을 하였습니다. 이처럼 찬란했던 조선의 치세는 '장애'가 아닌 그 사람의 '능력'에 기반한 인재 등용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정부와 교사 양성 기관의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조선시대의 그것보다 훨씬 뒤처졌으니 이는 어찌 된 연유입니까. 얼마 전 진주 교대에서 만점에 가까운 시각장애학생의 성적을 최하점으로 조작을 하여 탈락시켰고, 이를 지시했던 팀장의 '장애 차별' 발언과 행위에 대해서 언론이 지적하고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항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주 교대 측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서도 14년 광주교육청의 뇌병변 장애인의 임용시험에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지 않고 탈락시킨 사례는 경악스럽다 못해 기함할 일입니다. 더욱 처참한 것은 법원이 '임용시험 불합격 취소'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시교육청은 이에 불복해 항소하여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모르는 무지함을 드러냈었습니다.

장애인 교원과 예비 장애인 교원에 대한 차별 행위는 아직도 도처에 일어나고 있고, 비극적인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이러한 차별 행위가 수면 밑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며, 절망스러운 것은 이런 작태가 가져오는 심각성을 정부와 교육부 어느 누구도 인지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장애인 교원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였고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정부 및 교육정책 담당자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비단,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 점차 가중되는 어려운 환경에 갇힌 모든 장애인 교사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을 때, 우리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직도, 지체장애 교사는 학교 시설 이용에서 편의시설 미제공으로 인한 차별을 지적하며 차가운 복도에서 항의하고 있고, 시각장애 교사는 정보 접근권을 외치며 읽을 수 없는 묵자 교과서를 내 던지고 있습니다. 청각장애 교사는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언어를 존중받지 못해 소통이 단절된 교육 현장을 부유하고 있습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그러나 이날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차별'과'배제'를 반성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구성원들의 인식개선을 촉구하는 날이 아니라, 국가의 장애인에 대한 각종 기념행사와 포상으로 여태껏 자행했던 차별에 대해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시정을 회피하며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는 날로 왜곡되어버린 지 오래이며, 이러한 정부의 기만적 행태를 바라보는 장애인들의 마음에는 공허함과 쓸쓸함이 가득 차는 날로 변질되었습니다.

멈추어 주십시오. '무관심'과 '차별'과 '배제'의 단어가 아직도 교육 현장에서 횡행하며 장애인 교원에게 가해지는 이 작태를 즉각 시정하고, 이 지독한 차별과 배제의 뫼비우스를 끊어 내어 개선을 하려는 정부와 교육 정책 담당자의 의지를 보여주십시오.

전진하여 주십시오. '장애'를 떠나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교육 현장'이 먼저 첫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정책 관계자들은 제도와 법령, 예산 탓을 하지 말고 가벼운 발걸음이라도 먼저 내디뎌 주십시오.

제가 몸 담고 있는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은 장애인 교원으로 구성된 세계 최초의 교원노조입니다. 부디, 이 편지글에 담긴 장애인 교원의 목소리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전달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글은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배성규 수석부위원장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