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고, 잠을 자고, 공부를 하고, 유튜브를 보는 등 평소처럼 일상을 지내고 있다가도 문득 뉴스를 보면 세상 구석구석 제가 모르는,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 혹은 공간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만큼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뜻이겠죠.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만의 세상을 갖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하염없이 넓고 깊은 세상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적어도 내 인생 안에 들어온 것에 있어서는 충분히 알아가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하게 됩니다.

제 안에 머물러 있던 시선이 처음 바깥을 향하게 된 것은 영화 <아이 엠 샘>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어딘가 답답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으레 그렇듯 영화를 보면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기 마련인데,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겪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를 자유롭지 않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지적장애가 있는 한 아이의 아빠였습니다.

‘장애’는 저에게 세상의 사각지대를 처음으로 알려줬습니다. 살아갈수록 보이지 않았던 커다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영화를 시작으로 차이가 차별을 만드는 사회를 알게 되고,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여러 폭력들을 눈과 귀로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자가 없는 수많은 물건들부터 시작해 수어 통역이 부재한 코로나 검사까지. 모든 것들이 장애를 ‘살아가기 힘든 것’, ‘불편한 것’으로 만들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매체에서 장애인이 겪는 차별들을 접할 때마다 분노감이 생겼던 저는 한국장애인재단 서포터즈 허브메신저 모집글을 보자마자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뭐라도 해서 차별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지원서를 쓰던 중 허브메신저 15기분들이 만들었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장애학생 3명의 인터뷰 영상이었는데 장애는 정도의 차이일 뿐 특별하게 보지 말아 달라, 장애가 적은 사람부터 많은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영상을 본 후 저는 부끄러워졌습니다. 오로지 전 스스로를 제 3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한 발짝 뒤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 입장에서 화만 냈던 것이었습니다. 저 또한 장애를 적게 가졌을 뿐인데 말입니다.

허브메신저 16기 이휘경. ⓒ한국장애인재단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인식 개선을 해야 되는 이유는 그것이 고쳐야하는 사회 문제들 중 하나여서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누리며 살아가는 자기 인생에서 평등하게 행복을 누릴 권리 말입니다. 그렇게 서포터즈 지원 직전까지 배움을 얻게 된 저는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허브메신저에 지원했습니다.

허브메신저는 달마다 2개의 장애인 인식개선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인 과제와 조원들과 함께 행사 기획, 취재 등을 통해 카드뉴스, 영상을 만드는 조별 과제가 있습니다.

합격의 기쁜 소식을 듣고 바로 개인 과제인 카드뉴스부터 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주제로 먼저 시작해야될까 막막해하다가 ‘장애’를 처음 접하게 해준 것이 영화였기에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카드뉴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관심있는 주제, 알리고 싶은 것들로 카드뉴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수어, 장애 예술, 장애 아동 교육 정책 등 다양한 주제들을 공부하고 공유했습니다.

개인과제 '장애인 인식개선 콘텐츠 제작'. ⓒ한국장애인재단

조별 과제에서는 저희 조 ‘박하사탕조’ 조원들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뒤바뀐 세상에서 새롭게 생겨난 문제점들에 대한 카드 뉴스를 만들었습니다. 저 포함 6명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고용,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더더욱 악화된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 공분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총 6개의 카드뉴스를 통해 문제점들을 짚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아 인스타그램 계정(@herb_bakha)에 업로드 하였습니다.

또, 두 번째 과제로 ‘장애인이 겪는 일상생활 속 불편함’이라는 주제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발견한 것을 각자 영상에 담아 온라인으로 함께 보면서 비대면 방구석 토론을 진행하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 채널(ch. 한국장애인재단 허브메신저 16기 박하사탕조)에 게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도블록에 놓인 킥보드, 점자가 없는 편의점 음료들,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된 장애인 화장실, 고장난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바깥에 만연한 차별점들에 대해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별과제 '장애인이 겪는 일상생활 속 불편함'. ⓒ한국장애인재단

조금은 유치한 표현일 수 있지만 과제들을 하나씩 해가면서 마법의 안경을 얻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더 많이 보이게 된 것입니다. 개인 과제 뿐만 아니라 조별 활동도 함께 하니, 다른 조원들의 시선 또한 공유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평소에 지나쳤을 것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게 되니 부끄러우면서도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장애는 막을 장(障)에 거리낄 애(礙)를 씁니다. 용어가 갖고 있는 의미를 알게 되니, 더더욱 ‘장애를 갖고 있다’라는 표현보다 ‘장애를 겪고 있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에서 이야기되는 장애는 장애인으로 하여금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여기기 위한 장치로서 ‘다름’을 경계로 삼지만, ‘다름’이라는 것은 원래 모두가 갖고 있는 개개인의 특성이자 다양함을 만들어내는 요소입니다. 결국, 장애를 장애로 만드는 것은 구조적으로 환경적으로 차별을 양산하는 사회 때문인 것입니다.

허브메신저를 통해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하면서 어디서도 얻지 못할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편견과 차별에 맞서 세상을 배워나가는 학생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12월까지 한국장애인재단 대학생 홍보 서포터즈 허브메신저 16기로 참여한 이휘경 님의 활동수기입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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