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니껴? 별일 없지예? 라는 말은 그 유례는 알 수 없지만 예전부터 경북 지역민들의 인사말이었다. 코로나19로 세계적 감염 유행이 있고나서 돌이켜 보니 ‘별일 없는 일상이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다행히 이제 온 국민의 인내와 노력으로 그 끝이 보이니 참으로 대한국민이라는 것에 자긍심이 생긴다.

질병, 사고, 노화 등으로 장애 발생의 원인 88%가 후천적 요인이라는 통계(2017, 보건복지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장애’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잠재적인 장애인이라는 것을 이제는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지난 2018년 5월28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개정되면서부터 우리나라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및 1인 이상 모든 사업주는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을 매년 1회 이상 그리고 1시간이상 교육을 실시해야하며 미이행시 과태료가 최대 300만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그런데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 교육’의 의무는 동법이 2007년 4월부터 신설되어 있었으나 그간 법 취지만큼 교육이 이행되지 않아 부득이 강화된 조항이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취업률자료에는 만15세 이상 장애인구 252만 2593명 중 36.9%인 93만 1028명만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비장애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태이다. 즉 장애인 10명 중 6~7명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실업자라는 근거자료이다. 단지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일할 기회와 고용시장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사태로 이러한 어려움은 배가 될 것이다.

새옹이라는 노인의 아들이 야생마를 길들이려다가 낙마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어 전쟁에 징집의 의무를 면제받아 목숨을 건졌다는 내용인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가 있다. ‘인생에 있어서 길흉화복은 예측할 수 없으니 너무 목전(目前)의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실천가인 필자의 견해로는 해석을 조금 다르게 한다.

다리를 다쳐 장애인이 됨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 남자라면 누구나 다 감내하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 무엇인가 구실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烙印) 찍히게 된 그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해주었나?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새옹지마의 배경이 된 시대처럼 일하다가 전쟁이 일어나면 손에 잡은 삽과 괭이 대신 창과 칼을 들고 나가야 하는 兵營社會(병영사회)도 아니고 아침부터 밤까지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창으로 산짐승을 잡아야하고, 도끼로 나무를 찍어 넘어뜨리고, 땔감을 만들고, 삽과 괭이로 땅을 파고 갈며, 무거운 쌀가마와 지게를 잘 짊어져야하는 농경사회(農耕社會)사회가 아니다.

현대의 다양한 직군(職群)을 살펴보아도 신체적 장애가 있다고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는 직업은 거의 없다. 건설현장에서도 아무리 삽질을 잘한다하더라도 포클레인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아무리 백발백중의 총 솜씨와 무술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여 발사된 미사일 한 방의 파괴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의 근본 바탕이 변하였다.

더욱이 요즘은 신체적인 불편함이 비록 있다고 하더라도 BF인증 수준에 맞춘 편의시설 등의 사회 인프라의 구비로 인해 더 이상 신체적 장애는 직업생활에 큰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다.

철학자 칸트(1724년 ~ 1804년)는 ‘사람이 행복하려면 첫째 할 일이 있어야 하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셋째 미래에 희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요즘 우리 사회를 살펴보면 너무 급변하는 것 같다. 특히 비혼족(非婚族)의 증가로 인한 1인 가정의 확산과 경제적 빈부격차로 희망도 없고, 사랑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칸트가 제시한 행복하기 위해 첫 번째로 강조했던 ‘할 일’ 없이는 살아가기 정말로 힘든 세월을 체감하면서 300년 전 철학자의 통찰력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당연히 기본적으로 부여되어야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아직도 법으로 강제해야만 하고 인식변화를 위해 법정교육을 실시해야만 하는 사회의 편견이 참으로 안타깝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향기로운 꽃 피고 따스한 봄, 아울러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4월에 즈음하여 단 한 번도 일자리를 가져보지 못한 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고사가 떠오른다.

우리나라 헌법 34조에서 천명하듯이 장애인이든 비장애이든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장애인도 ‘삼시 세끼 밥 챙겨 먹고, 지치도록 일하고, 휴일에는 쉼 있는 별일 없는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

*이 글은 박장원 한국장애인개발원 경상북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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