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에이블뉴스

한동안 생각해 오던 주제이다. 유엔 권리위원회에서 8년 두 차례의 임기를 수행하면서 가장 분명히 주입된 하나의 관점은 ‘장애인 복지에서 인권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이었다.

복지라는 미명하에 장애인을 과잉보호하고 격리하며 소외시키고 각종의 차별적 처우에서 제대로 해방시켜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운동은 자선(Charity)사업으로 대표되는 민간복지 전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실제로 2000년대에 영국에서는 국내외적으로 크게 기여한 전통적인 대형 민간-자선 장애인 재단을 아예 패쇠시키려 했던 거대 시위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비평과 운동의 이면에는 상당한 오류의 소지가 따른다. 반면에, 민간 복지를 후원하는 일반대중은 자선사업을 적극 지지한다.

이 비판과 지지는 분명히 하나의 역설 (패러독스)인데, 과연 민간복지에 대한 장애운동권의 비판이 얼마나 정당하며, 과연 장애인 권리의 시대가 온다면 민간복지가 제공해온 선행과 자선은 무용해 지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필자는 아마도 두 차례에 걸쳐 이 역설의 문제를 민간-자선 사업의 장, 단점을 정리하며 다루어 보고자 한다.

민간-자선복지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음의 기고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우선 이 글에서는 민간-자선복지의 민간-자선복지의 민간-자선복지의 선구자적이며 혁신적인 기여에 대해서 정리해 본다. 최근에 ‘유엔장애인권리 해설’집을 출판하고 부제로 ‘복지에서 인권으로’를 사용한 필자로서는 부담되는 주제이나 피하고 싶지는 안다.

민간복지의 기여 . 민간-자선 사업의 장점을 먼저 정리해 보자.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민간복지가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서 막중한 기여를 한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간단한 예로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정부가 감히 생각도 못하는 많은 전쟁고아, 난민, 전쟁 장애인, 빈곤, 교육 등 많은 분야에서 생겨난 수많은 민간주도의 자선사업의 역할과 기여가 컸다. 영국에서는 1900년대 초에 구세군에서 시작한 취업사업을 나중에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했고, 영국의 복지 국가를 탄생시킨 베버리지 경의 Voluntary Action 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필자도 전쟁고아로서 6.25이후 운영하던 보호시설이 없었다면 내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에 150여개의 외국 민간-자선 단체가 있었다. 현재 한국의 수많은 장애인단체, 자조단체, 재단, 복지관들은 거의 예외 없이 민간-자선재단들이 그들의 혜택을 받았고 독자적으로 선구자적인 사업으로 그 기반을 돋웠던 단체도 많다.

한국은 물론 세계 각처 20여개 이상의 나라에서 장애인복지 사업을 전개하는 「밀알」재단-명실상부한 국제 NGO이다. 4대 보험의 의무를 준수하며 정당한 임금으로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제주도의 불교재단 「춘강」- ‘에티오피아서’와 ‘미얀마’에서 까지 장애인 의지보조기 지원 사업을 했다.

한국 최초의 마포소재 푸르메 재단의 어린이재활병원, 아니면 유엔의 제재 속에서도 6 년에 만에 미국 주재 교포들이 주도하는 NGO에 의해 완성된 평양의 ‘척수-소아행동 발달 연구소’, 독일의 ‘카리타스’와 파트너로 북한에서 의료사업을 다녀간 해온 ‘봄 (Pom)’, 월드 비전, 기아대책, 한국 유니세프 등등 한국과 외국의 민간-자선단체의 활동은 괄목할만하다.

2000년대 초 필자는 「지구촌나눔운동」과 전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뢰피해 장애인 사업’을 주도했고, 그 결과로 하노이에 당시 2백만 불 이상의 기부금으로 ‘한-베 장애인센터’를 시작했었다. 이 모든 것은 실로 정부의 지원이 아닌 민간의 기부로 가능했던 사업이며 그들의 결실이 아닌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기부와 지지가 없었다면 가능했었을까? 그런데도 정부는 한때 민간복지의 기여에 대한 인정에는 인색하고 오히려 부당힌 요구를 한 적도 있었다.

여기에서 하나의 문제를 던진다. ‘과연 민간-자선복지가 없는 사회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이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해 볼 수 도 있다.

’첫째, 장애인 복지 분야에 민간-자선사업이 완전히 없어져도 되는가? ‘둘째, 현재 운영 중인 모든 사업을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넘겨주어야 하는가?’ ‘셋째, 민간-자선의 사업정신은 미래에도 유효한 것인가?’ 몇 가지 문제가 바로 떠오른다.

우선 민간-자선 사업이 완전히 없어진다면 장애인 복지는 완전히 가족이나 시장, 국가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가족들은 이미 상당한 기여와 희생을 감내하고 있음으로 더 이상의 요구나 기대는 어렵다.

장애인 당사자들도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의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시장은 결국 모든 서비스와 지원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대체로 구매력이 부족한 빈곤한 장애인당사자들은 거주, 이동 권, 카운슬링, 치료 등을 받을 수 없음으로 현실성이 없다. 설사 시장의 기능이 확산된다 해도 최근 양로시설에서 경험하는 것처럼 서비스의 질을 보장받지 못한다.

복지선진국에서는 국가의 전담 영역이 확산되기는 했지만, 필자의 최근 기고문 ‘호주 연방 의회의 ‘그룹 홈’ 실태 조사‘에서처럼 국가 서비스도 문제가 적지 않다. 장애인들이 취업을 해서 수입이 생기면 시장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순진한 주장도 있지만, 전반적인 장애인의 실업문제를 외면한 것이며, 장애인 중에는 장애의 정도로 인해 실제로 고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세계노동기구 ILO는 1944년에 ’품위 있는 직업 (Decent Employment)’라는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를 세계 각국에 시행하고자 했으나,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어떻게 보나 시장이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민간-자선은 본래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라틴어에서 Caitas’ 는 사랑이다. 우애와 연대, 상호부조, 친밀함, 약자에 대한 관심과 보호는 자선 사업의 본바탕이다. 민간-자선 복지가 사라지면 사랑과 관심과 배려, 그야말로 포용이 없는 삭막한 사회가 된다.

아마도 향후는 ‘장애인권’만 주장하지 말고 ‘권리와 민간-자선복지’의 파트너 슆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대표되는 기부 정신을 말라버리게 하고 정부의 세금만으로 모든 민간-자선 사업의 서비스가 대치될 수도 없고 그것만이 최상일순 없다.

실제로 과거 공산-사회주의권 국가들에서는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고자하는 민간주도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무수히 늘어나고 있다. 국가의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실감하는 것이다. 우린 그렇게 인정과 관심이 메말라 버린 기부-자선행위가 없는 삭막한 세상을 상상 할 수도 없다.

잠정적인 결론은 실제로 민간-자선복지가 장애인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운동권의 당사자들도 민간-자선복지로부터 혜택은 받았던 사람들도 많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에는 장애/질병과 관련된 의료분야의 연구가 활발하다. 때로는 의료연구가 장애의 예방과 연류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의료연구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덜어주며 정신과 신체의 기능을 회복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순 기능이 크다. 한쪽으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한 가지 더 고려해 볼 주제는 현존의 민간-자선사업의 복지서비스를 장애인 당사자에게 인계하고 예산도 직접 배당하는 주장이다. 장애인당사들이 운영하는 서비스가 최상이라는 주장이다. 운영자 자신들이 장애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줄 수도 있고, 장애인 문제를 가장 잘 이해 할 것이고 변화의 요구에도 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에는 실제로 이러한 실험(?)을 한 선례가 있는지 확실히 모른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운영자체가 비효율적이고, 무능하며, 조잡하고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비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서비스만이 최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인위적인 장애/비 장애의 구별이 없는 서비스의 철학과 운영목적에 부합하는 인력과 조직구조,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가 바람직할 것이다. 어쨌든 오늘의 결론은 ‘장애인의 권리와 민간-자선 사업은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고, 공존해야 된다.’ 는 것이다.

*이 글은 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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