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스포츠’. 나도 장애인이지만 얼마 전까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스포츠 없이도 잘 놀며 살아왔으니까. 물론 뇌성마비 장애인인 나는 ‘놀이’에 제약이 있었다. 다리가 부실하고, 근육이 경직되니 스포츠는 어려웠다. 그러나 제약은 그뿐이다.

스포츠 대신 혼자 체력단련을 한다. 한번 헬스자전거에 오르면 목표를 위해 죽기 직전까지 탄다. 왜? 심장이 터질 듯 아슬아슬할 때 희열이 샘솟는다. 내 안의 에너지를 봤으니까. 내가 살아있음이 느껴지니까.

그 뿐인가. 여행도 좋아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음식을 경험할 때 편안하다. 익숙한 사람들도 여행의 추억 속에 새로워진다. 몰랐던 귀여운 면모가 보인다.

거기에다가 축제도 나름 즐긴다. 걸그룹 무대에 에들이랑 떼창하다 목이 쉰다. 다 같이 미치는 그 분위기를 사랑한다. 친구들을 양팔로 붙들고 방방 뛸 때 내 열정은 살아 꿈틀거린다. 스포츠나 게임이 없어도 난 충분히 재밌게 놀며 살았다. 스포츠는 먼 나라 이야기였고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지난달이었다. 운동장이라는 소셜벤처를 알게 됐다. 장애인 스포츠 플랫폼이었다. 비장애인 스태프들이 장애인들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함께 보드게임 등을 즐긴단다. 장애인 생활체육의 정보 앱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비전도 있었다.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을 비장애인 수준인 60%까지 올린다!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장애인 스포츠란 뭘지 다시 생각했다. 내 학창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체육시간에 나가지 않았다. 축구나 운동장 돌기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친구들과 장난치고 노는 건 다른 시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교실에 혼자 남아 독서나 공부로 충분히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뭐랄까 허전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스포츠 정서를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다른 반과의 축구경기에서 넘어지고 서로 일으켜 주면서 함께 땀을 흘렸다. 그 과정에서 유대감이 보였다. 웃고 떠들며 친해지는 것과 좀 달랐다. 나는 땀의 유대감은 느낄 수 없었고 조금 외로웠다. 함께 도우며 운동하는 것, 스포츠의 본질이고 장애인 스포츠가 필요한 이유이다.

나 자신을 포함한 장애인 분들께 말하고 싶다. 다른 건강관리비법이 있어도, 놀 거리와 친구들이 많아도, 함께 하는 스포츠는 해 보자. 직접 몸으로 고생하고 서로 도우면서 쌓이는 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다. 처음엔 나도 스태프들에게 신세지는 것 같아 조금 망설였다. 그런데 경험상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내가 채울 수 있는 역할을 다하면 되니까. 대학교 때 여행에서도 그랬다. 친한 형들이 내 휠체어 옮기느라 힘 좀 뺐다. 대신 여행 코스, 식당, 숙소 선정은 내가 맡았다. 이번에도 도움 받는 대신 내 역할에 성실하면 되겠지.

이제 자신감을 갖고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를 찾아볼 것이다. 뭐 없으면 관심 있는 사람들과 상의해서 개발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슬슬 스포츠맨으로 거듭나 봐야지. 스포츠의 유대감에는 장애가 없으니까.

[2020년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공개 모집]

*이 글은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원철연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