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에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직업훈련생 총 30 명이 한국장애인개발원과 보건복지부에 직업훈련수당 현실화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였습니다.

월 기준 훈련수당은 교통비 5 만원, 식비 5 만원 총 10 만원을 기본으로 하고 해당자에 한해 가족수당 1인당 3만원, 가계보조수당 7만원이 추가로 지급되는데 이 훈련수당 산정이 비현실적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10 년간 훈련수당이 한번도 인상된 적 없고, 물가상승률, 식대상승률은 계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이에 비해 훈련수당이 턱없이 부족함을 지적했었습니다.

이후 지난 3월 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8년도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지원사업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이 설명회에서 올해부터 훈련수당 인상을 위한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했으나 여러 복지 현안에 밀려 반영되지 못했다며 20개 수행기관에 주어지는 훈련비를 삭감하고, 대신 훈련수당 1~2 만원정도를 인상하기로 협의했음을 밝혔습니다. 이는 부당하하다는 점을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지적하는 바입니다.

첫째, 이는 조삼모사격 대응이며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법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교재를 제공해주지 않고 대신 장학금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직업훈련수당이란 훈련기간 중에 중증장애인들의 생계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지급되는 것입니다. 훈련비 또한 훈련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직업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입니다.

그런데 수행기관에 지급되는 훈련비를 삭감하는 대신 훈련수당 얼마를 올리겠다는 식의 대응은 작년에 의견서를 전달하는데 뜻을 같이했던 30 명의 훈련생들과 현재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400여명의 훈련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합니다.

훈련비를 삭감하게 되면 훈련수당 얼마를 더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직업훈련과정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는 이번 문제를 제기했던 훈련생들의 입장에서 상당히 당혹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초에 훈련수당 인상을 촉구했던 건 장애인들의 재활과 자립의 근본 목적에 걸맞고 현실을 반영한 훈련수당의 도입을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수행하는 훈련의 경우 1인당 31만6000원부터 최대 40만원까지 훈련수당이 지급된다고 하는데 이에 비춰볼때 비교적 큰 차이가 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훈련생들의 문제제기는 당연한 것이며 이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부담을 수행기관측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급한 복지 현안들에 밀려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훈련비를 삭감해서라도 훈련수당 얼마를 올리라는 것은 기관 입장에서도 부당한 처사입니다. 게다가 이런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복지부에서 정말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하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10여년간 한 차례도 훈련수당이 인상된 바 없다는 지적을 무마하기 위한 임기응변식 대응에 불과하며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대안대로라면 제대로 된 직업훈련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동안은 직업훈련과정중에 필요한 각종 물품이나 외부강사를 초청할 경우에 지급하는 강사료 등 훈련비용으로 충당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훈련수당 2만원을 올리기 위해 훈련비용을 삭감하게 되면 훈련의 질이 떨어지고 훈련비용을 훈련생 자부담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직업훈련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애초에 복지부의 예산 부족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화살이 수행기관측에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셋째, 이 문제에 대해 복지부, 장애인개발원, 수행기관, 그리고 장애인당사자 모두 얼마나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성과가 없는지 묻고싶습니다.

작년에 훈련수당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너무 적다는 많은 동료 시각장애인들의 의견을 모아 수행기관과 장애인개발원, 그리고 보건복지부에 문의했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우리의 요구가 부당하지 않고 정당하다고 말했으며 본인들도 그 개선을 위해 노력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수당이 10 년째나 인상된 적이 없었습니다. 장애인당사자들도 복지관도 장애인개발원도 보건복지부도 모두가 노력했는데 성과가 없다니 무척 놀랍습니다.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10 년간 동결이라는 말은 그 노력이 허사였거나 말로만 노력중이라고 한 것일 것입니다. 노력이 허사였다면 새로운 노력을 해야 할 테고 말로만 노력중이라고 한 것이라면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의견서를 전달한 것입니다.

모두가 훈련수당 문제에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음에도 10 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묻고싶습니다. 이는 비단 훈련수당 문제뿐만 아니라 장애인 직업재활 전반에 걸친 문제가 아닐까 되물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직업생활을 통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직업훈련의 근본 취지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걸맞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이 문제에 대해 현재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생들과 정부 그리고 수행기관측이 ‘지속적인 소통’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시각장애인 안서연 씨가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