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께.

수도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고 막중한 임무 수행에 매진하면서 특수학교 절대 부족으로 장애인들의 원거리 통학 부담을 덜어주고, 양질의 특수교육 확립의 일환으로 강서구에 서진학교 건립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조희연 교육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최근 서진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지역주민 토론회에서 무릎까지 꿇고 "강서 주민들께서 욕을 하면 듣고 모욕을 주면 받겠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제발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부모들에게 "쇼 그만하라"는 등 모욕적인 언사를 내 뱉은 강서주민들의 행동에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과거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특수학교 건립에 앞장서서 장애인 부모들을 동원해 피를 흘리면서 특수학교를 건립하게 한 장본인으로 서진학교를 조속히 건립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드립니다.

저는 금년 32세된 1급자폐성 장애인 아들을 둔 아버지이며, 1994년부터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부모회 임원으로 참여했다가 15년 간 사무처장으로 재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지금도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원장으로 재임 중이며, 24년 간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생생한 경험을 한 일인입니다.

제 아들은 당시 특수학교가 절대 부족해 "특수학교 입학이 서울대학교 입학보다 어 어렵다"는 말이 떠돌던 1993년에 영등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지하철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 가서 성인들도 견디기 힘들어 지옥철로 불렸던 열차에 환승하고, 종합운동장역에서 다시 시내버스로 환승해 버스종점에서 15~20분을 걸어서 가야하는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특수학교에 통학을 했습니다.

8세 된(만6세 8개월) 1급 자폐성 장애인을 6시에 깨워서 아침밥도 먹이지 못하고 아내가 함께 4시간 통학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고, 아들은 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했지만 아내는 식사할 곳이 없어서 아들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하교해 집에 도착하면 오후 3시가 지났고, 그 시간에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집안일을 하는 고행 길을 무려 4년 간 걸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 특수학교 절대 부족으로 입학조차 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정애, 정인, 광진, 정민, 정문, 경운학교 등의 특수학교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려고 하자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고, 가장 극렬하게 반대한 정애학교 주변 주민들의 건립 방해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장에 장애인 부모 약 1천 명을 동원해 정애학교를 건립하게 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알려서 교육청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최선인지 방향을 제시하오니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지 말고 서진학교 건립에 참고 하기 바랍니다.

어느 지역이나 특수학교와 장애인복지관, 장애인거주시설 건립 계획이 수립되면, 가장 먼저 정보를 입수한 지역의 시의원, 구의원들이 차기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선동하면서 반대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서진학교는 특이하게 국회의원 후보자의 공약으로 인한 사태이긴 하지만.

부자동네인 강남구 삼성동 주민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시의원, 구의원의 정보제공으로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교육청에서는 주민토론회를 두 차례나 개최했으나, 교육청 공무원들이 욕설만 듣고 망신당한 토론회였고 주민들의 감정만 더 격해지고 말았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주민토론회의 결과는 주민들이 절대 반대 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전혀 영양가 없는 토론회에 시간만 낭비하고 특수학교 건립은 지연될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교육청 공무원들이 주민들을 상대하는 것은 세 불리와 신분상 제약으로 인한 역부족이었고, 주민들과 마주치면 욕설과 삿대질만 돌아오니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일을 추진할 수 없어 장애인 부모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한국장애인부모회 임원이었던 제가 법인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정애학교 건립에 개입하게 되었으며, 법률적으로 주민 동의도 필요 없고 공사를 강행하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서울시교육청에 공사 시작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개시하자 주민들이 몰려와 정애학교 건립 부지에 있는 나무를 자르는 전기톱을 손으로 빼앗으려고 해 도저히 공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의 몸도 잘려나가는 전기톱을 사용 중인데 맨손으로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무모한 행동에 자칫 사고라도 나면 정애학교 건립은 영원히 좌절될 수 있기에 교육청은 시공사에 공사 중단을 통보했고, 매일 수십 명의 인부가 대기하는 상황에 시공사는 공사도 못하면서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의 김근학 관리국장, 김희연 특수교육담당 장학관은 아침마다 제게 연락해 "부모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제발 공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하며 내 자식들 일처럼 정애학교를 건립하려는 두 분의 충정에 감복해 저는 더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서울시내 특수학교 학부모 1천 명을 동원해 정애학교 부지에서 집회를 열고, 주민들 반대로 공사현장 10m 앞에서 현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포크레인을 진입시키려고, 포크레인 앞에 드러누운 주민들을 부모들이 힘으로 끌어내려고 격투가 벌어지면서 피를 흘리는 싸움 끝에 포크레인을 현장에 진입 시켰고, 인부들은 전기톱으로 부모들은 일반톱으로 나무를 자르며 공사를 할 수 있었고,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어 지금은 많은 장애인들이 특수교육을 통한 재활과 자립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주민들은 부자동네답게 수천만원의 기금을 거둬 일간지 2면에 포크레인이 경기고등학교 내의 정애학교 부지 녹지를 퍼내는 사진을 합성해 "강남의 허파를 도려낸다"는 제목으로 마치 강남의 모든 녹지가 사라지는 것처럼 과장광고를 해 강남구민 전체의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고,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고용해 정애학교 부지 안과 밖의 담벼락에 천막을 치고 24시간 공사를 못하게 감시를 했지만, 우리는 집회를 통해 그들을 내 쫒고 공사를 감행했습니다.

주민들의 반대는 잠시 뿐입니다. 정애학교 준공식 때 주민들을 초청했고, 주민들은 직접 준공식에 참석하고 화환을 보내 축하해 주었으며, 주차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야간에 학교 주차장을 개방했고, 강당은 새벽에 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배드민턴장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언제 반대했냐는 듯 다정한 이웃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반대했던 주민들과 특수학교가 상부상조하는 풍토조성으로 더 이상 갈등과 마찰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저는 당시에 정애학교 건립 핵심라인이었던 김근학 관리국장, 김희연 특수교육담당 장학관, 학교지원과 직원들의 열정과 책임감에 경의를 표합니다.

매일 정애학교 건립에 전력을 집중했고, 학교지원과 직원들과 장학관은 밤늦게까지 현장에 머물면서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측면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정애학교 건립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해당부서 공무원들과 특수교육담당장학관실이 당시의 멤버처럼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뛰고 있습니까? 당시에는 특수교육담당장학관팀에는 장학관과 장학사 두 분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슈퍼맨이었습니다.

당시 집회에 참가한 산 증인들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집회에 참가해 응원을 했지만, 20년 전이라 기억에 남는 분은 당시 조일묵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회장, 김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장께서 혈투의 현장에서 함께 한 증인입니다.

조희연 교육감께 드리는 원망과 부탁은 왜 이런 무의미한 주민토론회를 개최해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모욕을 당하게 합니까? 왜 장애인 부모들을 지금보다 더 비참하게 합니까? 왜 아무 소득도 없고 서로 감정만 격화되는 토론회에 에너지를 소모합니까? 내년 선거에서주민들의 표를 의식해서 주민들이 두렵나요? 장애인과 부모, 형제자매들은 표가 없습니까? 주민들보다 더 많은 표가 있다는 걸 잊지 마십시요.

토론회 이후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은 현장을 보도하는 모든 언론이 주민들을 성토하는 기사 보셨지요? 서진학교 부지 주변 일부 주민들 외에 다른 강서구 주민들과 모든 국민들이 우리 편입니다.

결론은 정해져 있습니다. 다시는 역효과만 나는 주민토론회 하지 말고, 설계공모 예정대로 진행해서 계획대로 공사 시작하세요. 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법대로 하세요. 법치국가에서 설마 법대로 하지 않고 불법, 탈법을 생각하는 건 아니지요?

지역주민들과 토론회하라는 법 없고, 지역주민들 반대한다고 특수학교 건립할 수 없다는 법도 없습니다. 그냥 쉽게 법대로 진행하면 서진학교는 2019년 3월에 개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민들 반대로 특수학교 건립이 지연된 적은 있어도 좌절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서진학교는 지연되지 않고 건립되는 최초의 특수학교로 기록되는데 교육감의 업적이 더해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조희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 배후에는 서진학교 준공을 간절히 갈망하는 많은 장애인과 부모들, 서울시민들이 받치고 있습니다. 주민들보다 더 강력한 파워가 있습니다.

서진학교 건립에 무엇이 정답인지 자명합니다. 시험지에 정답만 쓰면 100점을 맞지요? 서진학교도 정답대로 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 자식들의 배움터로 자리매김 합니다.

참고로 실명을 거론한 것은 그분들의 노력과 성원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분들에게 박수를 보내 경의를 표합니다.

조희연 교육감께서도 장애인과 부모들에게 박수 받고 영원히 기억에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서진학교의 조속한 개교로 장애인과 부모들이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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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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