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흔히 ‘네팔’ 하면 히말라야와 맑은 영혼, 가난한 나라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오늘은 이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네팔의 척수 장애인들의 이야기와 장애인식 현황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네팔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네팔은 중국과 인도 사이의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내륙국가이며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를 보유하여 지형이 험악하기로 유명한 산악 국가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봉이 8봉이나 있지만 남부는 평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종족의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있으며 대부분이 힌두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히말라야.ⓒ한국척수장애인협회

네팔은 세계 최빈국이다. 한 달 평균임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15만 원 정도니 얼마나 가난한 나라인지 어느 정도 감이 올 거라 생각된다. 이러한 네팔에서 척수 장애인들 대부분은 나무에서 열매 따기, 농사, 돌 나르기 등의 고된 노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다. 따라서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사람이 장애를 입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집안 경제가 더욱 어려워진다. 또 장애를 입은 사람과 그의 가족이 척수 손상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아 내버려두거나 무리해서 움직이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히말라야는 척수장애인들에 커다란 장벽(2015년 사업 모니터링을 위해 이동 중).ⓒ한국척수장애인협회

국민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는 만큼 윤회 사상을 가진 사람이 많이 있는데 여기에서부터 장애에 대한 오해가 생긴다. 과거에 나쁜 짓을 많이 해서 현생에 장애를 가지게 되는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고 그에 따라 장애인을 배려하고 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

따라서 네팔에는 아직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중증장애를 얻으면 가족에게 평생의 부담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장애를 얻은 사람에게 ‘안 죽고 뭐하냐’고 이야기하기도 하며 실제로 장애를 얻은 사람 중 많은 사람이 자살하거나 자살하지 않아도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중증장애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지금까지 휠체어 타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따라서 그들의 삶이 어떨지 생각도 못 해봤다고 하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과 달리 어쩌면 이것이 네팔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도심 외곽에 거주하고 있는 척수장애인 가정.ⓒ한국척수장애인협회

그러나 이런 네팔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소속으로 네팔에 파견되어 KOICA와 민관협력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명칭은 VOICE(Vocational Opportunity for Inclusion to Community & Employment)로 네팔의 척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복귀할 뿐만 아니라 직업도 얻을 수 있도록 직업 재활훈련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

네팔 최초 Barrier-Free 직업재활 센터 공사 현장.ⓒ한국척수장애인협회

프로젝트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네팔 최초의 Barrier-free 직업 재활센터를 건축하여 그곳에서 네팔의 피클인 어짤, 옷 수선과 자수, 사무직기초, 제빵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열심히 참여한 교육생들이 트레이닝에서 배운 기술로 실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창업 도구인 성공패키지를 지원하고 있다.

자수 훈련을 받고 있는 척수장애인.ⓒ한국척수장애인협회

올해 실제 수혜자는 120명이고 실수혜자의 가족 등을 포함하여 총 수혜자는 960명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1차 트레이닝 완료 후 2차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으며 2차에 걸친 사후관리로 실제 수입의 변화를 확인할 예정이다.

사무직 기초훈련을 받고 있는 척수장애인들.ⓒ한국척수장애인협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뜻깊은 순간은 교육생들을 만나고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이다. 특히 지난 1차 트레이닝 종료 후 폐회식 날, 성공패키지를 받은 한 교육생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벅차올랐었다.

옷 수선 트레이닝을 받은 ‘비즈 바하두르 와이바(Bij bahadur waiba)’는 성공패키지를 받고 “이건 단순한 물건이 아닌 저의 새로운 인생이에요.”라고 이야기했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공감하며 박수로 격려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부하며 이야기한다. 나는 누군가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에 함께하고 있다고.

1차 옷 수선 트레이닝 성공패키지 수여 후 웃고 있는 ‘비즈 바하두르 와이바(Bij bahadur waiba)’.ⓒ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에 대한 인식과 배려, 장애인을 위한 환경과 제도가 아직은 많이 부족한 네팔이지만 직업 재활훈련 프로젝트를 통해 척수 장애인의 삶이 달라지고 크게는 장애인에 대해 차별 없는 네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네팔 VOICE 프로젝트 매니저로 파견된 송다혜 씨가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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