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척수장애인 활동가 기본교육에서 교육생 대표로 활동가 선서문을 낭독 중인 김형태 씨(우).ⓒ한국척수장애인협회

2006년 오토바이사고로 척수손상을 당했지만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장애 자체는 비교적 빨리 받아들인 편이었다. 그럼에도 병원생활은 3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퇴원 후에는 자립하여 탁구선수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2015년부터는 충남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의 지역사회복귀훈련 코디네이터(이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며 당당히 나의 삶을 마주하고 있다.

이전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었지만 이제는 코디네이터 활동이 현재 나의 생활에 가장 우선순위가 되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도 어찌할 바를 몰라 집에만 있던 척수장애인을 찾아 사회 참여 과정과 방법을 도왔을 때 변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성취감에 오히려 내가 이 활동을 통해 얻는 것이 더 크고 부자가 되는 느낌이다.

다친 지 오래 되고 연령도 높아 외부활동에 대해 무척 수동적이고 회의적이었던 훈련생을 데리고 휠체어 미는 기술부터 대중교통 이용하기, 영화관에 가기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적이 있다. 지금은 혼자서도 얼마나 열심히 활동을 하는지 집에 있을 겨를이 없다고 하는 얘기를 들을 때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훈련생 중에 올해는 충남재활지원센터의 활동가가 되어 같이 일하게 된 친구가 있다. 질병으로 척수손상을 입고 하지마비가 된 그는 처음에는 몸에 맞지 않는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어 외부 활동도 어려웠고 매우 불편한 상태였다. 그래서 활동형 휠체어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적절한 정보와 조언을 주어 본인에게 꼭 맞는 휠체어를 찾게 되었고, 이후 자동차 구입과 핸드컨트롤러 장착 과정까지도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히 밀착 지원했다.

기동력이 생기자 훈련생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훈련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능동적으로 바뀌면서 자동차로 옮겨 앉는 연습과 일상생활(ADL) 훈련 등에 더욱 열심을 보였고 눈에 띄게 향상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워 혼자서는 마트에 가거나 영화관에 가는 것도 두려워했던 그가 지역사회복귀훈련을 마친 이제는 다른 초보 척수장애인을 돕는 활동가라는 사실이 나의 자랑이고 보람이다.

충청남도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지역사회복귀훈련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김형태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장애인이 퇴원해서 사회로 나오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사고나 질병으로 갑자기 장애가 생기면 심리적인 충격은 물론 “휠체어”라는 환경에 대한 모든 것을 새로 익혀야 하기 때문에 지역사회복귀훈련 같은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하다.

내가 병원에 있을 때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3년 동안이나 병원에 있지 않고 훨씬 더 빨리 사회생활에 안착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다. 앞으로도 지역사회복귀훈련 코디네이터 활동에 충실히 임해 척수장애인들을 지역사회로 이끌어 내는 역할에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 글은 충남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지역사회복귀훈련 코디네이터 김형태씨가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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