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한글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문자이며,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점자법 제4조)

‘점자’를 법률로 규정한 ‘점자법’이 지난 5월 19일 제정됐다. 올해는 한글점자의 날 90주년이다. 그래서인지 ‘점자법 제정’의 감회가 더욱 깊다.

점자는 1829년 프랑스의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 1809~1852)가 고안했고 한글점자는 제생원 맹아부(현 서울맹학교) 교사, 고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이 1926년 한글의 풀어쓰기를 응용하여 창안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 스스로가 읽고 쓸 수 있는 문자다. 점자가 아니면 오늘날 시각장애인의 특수교육이 가능했을까? 문자의 사용 여부가 인류를 문명과 원시사회로 구분 짓듯, 시각장애인에게 지식교육을 가능케 한 점자의 발명이야말로 시각장애인의 삶을 인간답게 한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다.

이번에 제정된 점자법에서도 점자는 시각장애인의 자립자활과 사회참여의 길을 열어 준 소중한 우리사회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국가는 점자를 보전하고 발전시켜야 할 책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점자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법률 제14205호로 2016년 5월 19일 제정,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점자법은 전문 20조로 제1장 총칙, 제2장 점자발전기본계획의 수립 등, 제3장 점자사용의 촉진 및 보급 및 2개조의 보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법은 제1장 총칙에서 점자를 일반 활자를 점자화 하는 것뿐 아니라 도형, 그림 등 촉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제작된 촉각자료를 포함함으로써 점자의 사용 범위를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제3조 ①항).

그리고 제1조 목적에서 점자문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이 법을 발의한 최동익 전 의원은 “점자문화의 도입은 각종 행사 및 대중적 사용과 인식개선 등 문화라는 측면에까지 지원할 수 있는 근거의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이 법에서 제시한 점자문화의 의미는 점자가 지식과 정보전달수단의 매개체를 넘어 시각장애인들의 삶의 양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불가피한 요소임을 역설하고 있다.

전화기의 5번 버튼과 화폐 1만원권의 점자 표식, 건축법과 도로교통법 장애인편의시설의 점자형 유도블럭 및 점자안내판 설치 등이 점자문화의 예가 되지 않을까. 촉각으로는 도저히 식별할 수 없는 여러 생활용품들,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하는 가전제품 및 IT 제품, 범람하는 시각적 정보문화자료들……. 점자법 제정을 통해 일상생활 곳곳과 사회제도 전반에 점자문화 실천 운동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제2장 점자발전기본계획의 수립 등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하여금 점자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5년마다 점자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도별 세부시행계획을 시행하도록 했다(제7조와 제8조).

이 법에서는 점자 발전을 위한 계획을 국가 차원에서 수립하게 함으로써, 점자 발전의 안정성 확보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특히 기본계획에 점자규정 개정뿐만 아니라 통일을 대비한 남북한 통일점자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제9조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하여금 점자관련 정책 수립에 필요한 시각장애인의 점자사용능력, 점자에 대한 인식, 점자 사용 환경 등에 관한 실태를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실태조사는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기초자료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실태조사 및 연구 성과는 점자 및 점자문화 발전의 기반이 된다. 또한 이 법 제3장은 점자사용의 촉진 및 보급으로, 제11조 점자교육, 제12조 점자의 보급 및 지원, 제13조 점자규정 준수 등에 관한 사항 그리고 제14조부터 17조까지는 점자 및 점자문화의 확산 노력으로 방송 및 언론의 역할과 국가 주도의 점자의 날 행사, 민간단체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제18조는 점자 전문 인력의 자격 부여에 관한 내용으로 자격의 종류, 자격 요건 및 자격 부여의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점자 전문 인력의 자격 제도의 틀을 마련했다.

점자법의 제정은 점자의 지위를 법률로서 보장받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그러나 법은 현실의 반영이다. 점자법 제정이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구현되려면 정부의 점자법 시행령 제정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특히 모든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수립을 기대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점자는 한글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문자의 사용이 인류를 문명과 원시사회로 구분했듯, 점자는 시각장애인의 삶을 보다 인간답게 한 위대한 도구다. 그것이 점자법 제정의 가치다. 정부와의 점자법 제정 협의 과정에서 입법자의 의도가 모두 관철되지 않은 아쉬움은 있지만 이번 점자법의 제정을 통해서 점자문화의 실천 노력이 우리사회 문화운동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경북점자도서관 이규성 관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기고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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