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 년 동안 발달장애인 당사자, 부모님들, 이들을 대변하는 단체들의 숙원이던 발달장애인법이 올해 4월 드디어 국회를 통과해서 내년 11월부터 시행된다.

발달장애인법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이미 여러 번 거론되어서 앞으로 발표될 시행령이 이를 보완할 수 있기를 우리 모두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은 그 기본법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법이 시행될 때에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계속 쓰일 장애등급제다.

현재 한국에서 쓰이는 장애등급제도는 그 이론이나 실천이 모두 터무니없이 잘못된 것입니다.

지능지수, 사회성 지수에 의해서 등급을 결정하고 그 등급에 의해서 지원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아시겠지만 지능지수는 절대적인 숫자로 나타내지 않고 대개 표준오차 범위로 이해한다.

예를 들어, 어느 발달장애인의 지능지수 검사결과 50으로 나왔다면 그의 지능지수는 대체로 43~57 사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복지선진국에서는 지능지수를 하나의 참고사항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의 현 등급제도는 그 지수를 절대적 척도로 사용하고 있어서 지수 1의 차이로 등급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발달장애인이 설사 지능지수가 같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필요한 지원의 차이는 엄청나게 다를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지원비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잘못된 시스템 하에서 발달장애인 법에서 추구하는 개인별 지원계획이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지 지극히 의문스럽다.

둘째는 부양가족의무제도다.

발달장애인법에 의하면 부모와 부양의무가족의 소득과 재산을 고려해서 복지서비스의 비용부담을 결정하기로 되어 있습니다(19조, 20조).

장애가족은 비장애가족에 비해서 이미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은 여러 조사연구에서 나타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제정된 법에 의해서 장애가 있는 자식의 개인별 지원계획이 세워지고 그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가 증가된다면, 부모와 부양의무가족의 소득과 재산이 빈곤층이 아닌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부모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생색은 국가가 내고, 그 경제적 부담은 가정이 지어야 한다는 셈이 된다. 만약 그 부모가 증가되는 서비스를 거부한다면 장애 자식을 방임, 유기한 것으로 간주 될 수도 있고, 자식의 복지를 거부하는 몹쓸 부모가 되어 버린다.

성인 장애인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독립된 시민이다. 시민을 보살피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다. 장애부모는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고, 국가는 그 세금으로 장애인을 보살피는 복지를 실행한다.

부모는 재가한 자녀를 보살피고는 있지만 그의 장애에 대한 지원과 서비스는 국가의 의무다. 부모가 빈곤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의 책무를 부모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 사는 장애인 부모이자 국제발달장애인협회(IFDD) 대표인 전현일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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