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용하는 넬라톤 카테터. ⓒ박현희

나는 넬라톤을 한다. 요추1번 손상으로 인한 하지마비에 따른 것이다.

수술 후 5개월 동안은 소변백을 차고 있었고 그 뒤 2~3개월 동안은 1회용 넬라톤카테터를 이용해 배뇨연습을 했다.

소변백을 차고 있을 땐 주1회 폴리카테터를 교체할 때만 수치감을 느꼈는데 이젠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병상에 스크린(파티션을 하는 가림막)을 치고 “힘 줘봐, 쉬쉬- ” 이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물을 잘 안 먹어서 나중엔 수액까지 맞으며 배뇨연습을 했다. 방광을 두드리며 ‘쉬이~’ 이렇게 소리내면서.

활동보조인의 넬라톤이 불법이라는 소리를 듣고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나는 심지어 병원에 있을 때도 간병인과 가족이 넬라톤을 해줬는데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2002년, 병원에서 배뇨연습을 시작할 때 간호사는 간병인과 동생에게 넬라톤을 교육했다.

넬라톤 키트 안에는 1회용 넬라톤카테터와 소독솜, 집게, 멸균장갑 등이 들어있었다. 나에게 넬라톤을 하면서 간호사는 계속 설명했다.

순서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가장 먼저 리도카인 젤을 짜 놯던 것 같다. 여튼 교육을 하고 간병인과 동생이 가장 처음 넬라톤을 할 때 간호사는 옆에서 감독을 했다.

그렇게 병원 내에서도 비의료인이 환자에게 넬라톤을 했었는데 그게 불법이라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넬라톤을 한다. 자가넬라톤이다. 휴대용 넬라톤카테터와 개별포장된 멸균장갑을 가지고 다니면서 혼자 넬라톤을 한다.

퇴원 후 4년 정도는 스스로 소변을 봤다. 화장실 가는 것도 귀찮고 힘주는 것도 피곤해서 수분섭취를 최대한 줄이면서 소변을 봤다. 그러다가 작은 달걀(!) 만한 결석이 방광에 생겨서는 개복수술까지 했다.

퇴원 전 의사가 넬라톤을 권유했다. 결석이 생긴 이유는 잔뇨가 남아서였다. 소변이 다 나오지 못하고 항상 방광에 남아있으니 부유물 따위들이 쌓이고 쌓여 결석이 된 것이었다.

허리통증이 늘 있으니 몸의 이상신호를 감지하지 못해 결석이 그렇게 커진거였다. 자가넬라톤 교육을 받으면서 ‘아, 이렇게까지 오줌을 싸야하나..’ 이런 자괴감도 잠깐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또 수술을 할 수는 없으니까. 내 몸이 받을 스트레스들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니까.

넬라톤이 민감한 행위인 것은 맞다. 몸의 내부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것이니 감염의 위협이 항상 뒤따른다(그래서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민감한 행위인 동시에 일상적인 행위이다. 보통 성인은 하루에 6~8회 화장실에 간다고 한다.

나는 3~5회 정도 간다. 이 때마다 나는 방문간호사를 부르거나 병원에 달려가야 하는 것일까? 요의를 느끼는 그 다급한 순간에 주섬주섬 기저귀를 차고 병원에 달려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보건복지부 논리라면 넬라톤이 필수인 장애인의 가족 중 1인 이상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이라도 따야한다. 우습지만 간호조무사를 늘려 간호학원의 성장을 장려하려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아, 이것은 말로만 듣던 창조경제의 일환? 장애인들의 일상과 현실 따위는 상관없어! 어떻게든 간호조무 직군대상자를 늘려서 학원들을 성장시켜!

비의료인의 넬라톤 불법에 관한 글을 쓰다가 창조경제를 이해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오는 창조경제. 멋지구만. 역시 창조적이야. 판타스틱!

*이 글은 장애인단체서 일하다 편집디자이너로 직종을 바꾼 여성장애인 박현희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누구나 기고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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